게임 폐인 KAIST 학생, 첫 '게임박사'에 미국 명문대 교수 됐다

입력 2014-05-28 10:41
수정 2014-05-29 07:29
[ 김봉구 기자 ] 어릴 때부터 게임에 빠져 대입 재수 끝에 KAIST에 입학한 학생이 첫 ‘게임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명문대 교수로도 임용돼 화제다.

KAIST 전산학과 출신의 박태우 씨(32·사진)가 주인공이다. KAIST는 박씨가 최근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로 임용됐다고 28일 밝혔다.

올 2월 졸업한 그는 학교 역사상 최초로 게임 개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특성을 살려 미시간주립대 원거리통신 및 정보연구미디어학과에서 게임디자인 및 개발 관련 연구 분야를 맡게 됐다.

박사 후 연구원(post-doc.) 경력도 없이 졸업 후 곧바로 해외 명문대 교수로 임용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실 박씨는 7살 때부터 게임에 몰두한 소위 ‘게임 폐인’이었다. 고교 시절 게임에 빠져 재수한 끝에 지난 2002년 KAIST에 입학했다.

워낙 게임을 좋아해 KAIST 입학 후의 성적 역시 썩 좋지 않았다.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연구에 집중하지 못했던 그였지만 오히려 게임 개발을 통해 박사학위까지 받을 수 있었다.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꾼 역발상이 먹혔다. 박씨는 KAIST 학부 시절 게임제작 동아리 회장을 지내며 직접 게임을 만들었다. 연구주제를 아예 게임으로 삼아 지능 계발·사회성 증진·운동·교육·의료 등 다양한 효과와 게임의 재미를 함께 추구하는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씨는 이번 교수 임용심사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생활밀착형 게임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콘텐츠 디자인, 게임 기술 장비 조작 경험분석 등 게임 연구를 위한 종합적 지식과 경험을 갖춰 관심을 끈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6월로 예정됐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 입사도 포기하고 교수직을 택했다.

박씨의 지도교수였던 송준화 KAIST 전산학과 교수는 “게임 개발만으로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례가 없었지만 자신의 특성을 살렸다. 남의 연구를 따라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게임을 만들어 학위를 받고 교수 임용으로까지 이어졌다”고 귀띔했다.

송 교수는 “KAIST 출신이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산업을 일으킨 주역이지 않느냐” 면서 “이번 교수 임용은 KAIST가 게임을 하나의 학문 분야로 체계화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선도하고 있음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교수 임용이 확정된 박 씨도 “모바일 기기와 유비쿼터스 기술을 바탕으로 인간 생활에 보탬이 되는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 일상에 도움이 되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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