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삼성SDI가 주가 부진을 벗고 합병을 위한 마지막 능선을 넘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두 달 전 발표한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 막바지 단계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이 이달 말로 다가왔지만 삼성SDI의 매수청구 행사가격(15만1660원)이 현재 주가(15만1000원)와 비슷해 '합병 반대' 주주가 나올 수 있어서다.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재무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SDI 주가는 1500원(0.98%) 내린 15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이 나흘째, 외국인이 사흘 연속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3월 31일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합병한다고 발표한 뒤 '반짝 강세'를 보였다. 발표 당일 16만 원을 넘은 데 이어 소폭 등락하긴 했지만 2주 넘게 15만 원 중 후반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내놓은 지난달 말 이후 14만 원 중반 선까지 내려앉았다. 삼성SDI 1분기 영업적자는 389억 원에 달했다.
이달 들어서도 주가는 뚜렷한 반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 따른 수혜를 입은 것과 달리 삼성SDI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외국인은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지난 27일까지 20거래일동안 4일을 제외하곤 삼성SDI 주식을 내다팔았다.
주가가 내리막길을 벗어나지 못하자 이달 말로 다가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오는 30일 주주총회결의일 전까지 반대 의사를 피력해야 한다.
반대의사를 표명한 주주는 주총결의일부터 20일 이내에 자신이 소유한 주식을 회사 측이 매수해 줄 것을 요구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삼성SDI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은 보통주 기준 15만1660원.
주가 수준이 행사가액을 눈에 띄게 밑돌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 수가 늘어날 수 있어 삼성SDI로선 재무적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각각 지급해야 하는 매수 대금이 7500억 원, 7000억 원을 초과하면 합병 계약이 해제될 수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삼성SDI 관계자는 "주주들이 하루 이틀 주가만을 가지고 판단할 지, 합병에 따른 중장기 가치를 보고 결정할 지 일단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증권사에서는 삼성SDI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담은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2주 전 내놓은 삼성SDI 분석보고서에서 "합병을 통해 구조적으로 안정될 때까지는 보수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한 것과 달리 이날 "관점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평가를 달리했다.
2분기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도 17만5000원에서 20만 원으로 올려잡았다. 이 증권사가 삼성SDI에 대한 목표주가를 변경한 건 지난 1월 이후 처음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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