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훈 기자 ]
“진심이 고객의 마음을 여는 원동력입니다.” 지준옥 NH농협생명 강릉사무소 설계사(사진)는 ‘1일 2인 원칙’으로 유명하다. 하루에 두 명 이상 고객 상담을 하지 않아서다. 영업이 직업인 설계사에게 낯선 원칙이지만 그만의 소신이다. “시간에 쫓기듯 설명을 하다보면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를 따르는 후배 설계사들도 많다. 고지식할 정도의 솔직함 때문이다. 좋은 걸 나쁘다고 하지 않고, 나쁜 걸 좋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후배들의 영업 방식에 대해서도 ‘이건 좋다, 이건 나쁘다’라며 직언한다. 나쁜 걸 좋다고 하지 않은 솔직함은 쉬운 일 같지만 당장 눈앞에 이익과 직결될 때는 결코 지키기 쉽지 않은 원칙이다.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도 그런 솔직한 성격이 한몫한다. 그가 자녀를 위해, 남편을 위해, 아내를 위해 필요한 상품이라고 하면 정말 그럴 것이라고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지 설계사와 농협의 인연은 꽤 길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농협에 입사했다. 그 때가 1985년이었다. 농협에 근무하면서 지금의 남편도 만났다. 1996년에는 농협중앙회 전국 최연소 과장으로 발탁될 만큼 업무 능력도 탁월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터졌고, 부부가 동시에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부부 중 한 명은 떠나야 했고, 이때 사표를 제출한 사람이 바로 지 설계사다.
위기가 왔지만 그는 기회로 만들었다. 퇴직 후 계약직 보험 영업사원으로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소득과 정년이 보장된 정직원에서 계약직 영업사원으로 신분이 바뀌었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고객을 대하는 태도도 원점에서 재검토했습니다. 내가 고객이라면 무엇을 원할 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물었습니다. 양보다는 질을 우선하는 영업 태도를 갖추게 된 것이지요.”
그는 고객 한 명과의 상담 시간만 반나절 넘게 할애하면서 성의를 다했다. 반응은 좋았다. 많은 상담고객들이 “희망이 보인다. 기대가 생겼다”는 말을 전한 것이다. 진심이 담긴 공감과 설득의 효과였다.
지 설계사는 오전과 오후 딱 한 사람씩만 상담한다. 그는 “실적에 욕심을 내면 고객마다 최선을 다할 수 없다”며 이 원칙을 고수한다. 원칙을 지켜나간 덕분에 이제 처음 만난 고객과도 마치 오랜 친구 대하듯이 여유 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내공도 갖게 됐다.
그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생명보험은 정말 진심을 갖고 대해야 하는 상품”이라며 “그런 상품을 다루는 설계사는 고귀한 직업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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