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자발찌 훼손 후 사기 1년6월刑…재범 못 막는 '솜방망이 처벌'

입력 2014-05-27 19:01
수정 2014-05-28 16:41
'7년 이하 징역' 법 규정에도
법원, 대부분 1년 미만 선고


[ 윤희은 기자 ]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사기행각을 벌인 범죄자에게 법원이 1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판사 강희석)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뒤 거짓말로 수천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31)에 대해 지난 14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정씨는 2001년과 2005년 특수강간 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장기 2년에 단기 1년6개월(최소 1년6개월에서 최대 2년), 징역 5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집단·흉기 등 공갈(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올해 2월19일 보석 석방된 뒤 같은 날부터 전자발찌를 부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정씨는 보석으로 석방된 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여성 이모씨에게 “부모가 명동에서 사채를 크게 하는 부자이고, 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유학을 하고 있다”며 접근했다. 정씨는 “내 명의로 100억원 상당의 재산이 있지만 부모님으로부터 근신 처분을 받아 외제차와 신용카드를 일시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속여 이씨로부터 지난달 1일부터 이틀간 네 차례에 걸쳐 총 1400만원을 가로챘다.

사기 행각은 정씨가 전자발찌를 끊은 뒤에도 계속됐다. 지난달 2일 서울 구로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전자발찌를 분리한 정씨는 서울 잠실동의 한 모텔로 숨어들었다. 그곳에서 전화를 통해 이씨에게 “현금카드를 잠시 빌려달라”고 요구해 1140만원을 추가로 편취했다. 이로써 정씨는 이씨로부터 총 2540만원을 갈취했다.

그러나 전자발찌 훼손에 사기까지 저지른 정씨에게 부과된 징역은 1년6개월에 불과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훼손한 자에게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자발찌를 끊은 상당수 범죄자에게 1년 미만의 징역이 선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전자발찌를 차고 있다가 훼손한 사람은 50명이었다. 이 가운데 9명이 700만원 미만의 벌금형에 처해졌고, 25명은 1년 미만의 징역을 받았다. 1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은 훼손자는 9명에 불과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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