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20년 전까지만 해도 증권사 객장은 주식 거래의 중심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등장하면서 투자자들이 객장에서 집 앞 컴퓨터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2000년대 말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탄생한 뒤엔 손 안의 주식 거래가 가능해졌습니다.
2014년 소셜트레이딩서비스(STS) 시대가 열렸습니다. 투자자들은 스마트폰에서 모바일 메신저하듯 투자자들과 정보를 얻고 투자 수익률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된 것입니다. 증권업계와 IT업계가 STS가 향후 증시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은 총 4회에 걸쳐 STS의 현황을 진단하고, STS 선봉장에 서 있는 인물을 만나 전망을 들어봤습니다.[편집자 주]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증권 어플리케이션(앱) '증권플러스‘를 서비스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제 전화기가 미친 듯이 울려대더군요. 모두 증권사에서 온 전화였습니다. 다들 ’빨리 만나자‘는 것이 통화 목적이었습니다. 당일에 17곳의 증권사 관계자들이 사무실로 찾아왔죠. 이날 하루는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증권가의 러브콜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주인공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두나무’의 송치형 대표(36)다. 그가 카카오와 연동된 증권 앱을 내놓았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증권과 IT업계가 들썩였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두나무 사무실을 지난 15일 찾았다. 사무실을 찾아가는 길은 강남 한복판에 있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다. 포털사이트에서 위치가 검색되지 않을뿐더러 대표 홈페이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문 앞까지 왔는데도 ‘두나무’란 팻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때 어딘가에서 송 대표가 등장했다.
“찾아오기 힘드셨죠? 아는 형님의 회사 사무실 한 공간에 세 들어 살고 있어서요.”
책상 대여섯 개가 놓인 이 작은 사무실에 여의도 증권가의 눈길이 모두 쏠려있는 셈이다. 두나무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설립한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두나무가 카카오에 아이디어를 제안한 뒤 카카오에서 아이디어를 수정하고 덧붙이는 식으로 증권플러스가 만들어졌다. 카카오에 제안서를 내민 지 6개월 만에 증권플러스가 탄생했다. 송 대표도 이같은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모바일에서 주식 영역이 비어있다는 생각으로 만들게 됐습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의 주식은 ‘작전의 온상지’라는 편견이 있죠? 그것이 오히려 사업 ‘힌트’가 되더라고요. 이같은 편견을 깨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날에서 휴대폰 결제 서버 시스템을 만들던 송 대표는 이후 ‘창업 멤버’를 모집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친했던 형 동생을 찾아갔다. 그 중 한 명이 당시 카카오에서 일하던 김인수 최고기술경영자(CTO)다. 송 대표의 아이디어를 들은 김 CTO는 이틀 만에 카카오에 사직서를 던지고 합류했다.
나머지 한 명은 김형년 최고전략책임자(CSO). 김 CSO는 증권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퓨처위즈와 두나무를 오가며 일한다. 퓨처위즈는 10년간 증권 관련 데이터를 취급해온 기업으로 두나무의 조력자다. 증권플러스의 데이터 제공, 자문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두나무가 세 들어 있는 곳도 퓨처위즈 사무실이다.
이들이 그리는 꿈은 ‘증권업계의 아이튠즈’다.
“애플의 모든 스마트기기에서 음악 등의 콘텐츠를 사거나 관리할 수 있는 아이튠즈처럼 증권에 대한 모든 콘텐츠가 활성화되고 증권사의 정보가 모이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증권플러스는 현재 다운로드 10만 건을 넘어섰다. 재방문율은 80% 수준이다. 다음달 초 주식 매매 기능을 붙일 예정이다. 사용자들은 이 앱에서 ‘카카오스토리’ 보듯 종목 정보를 읽다가 사고 싶은 종목이 생기면 ‘거래’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때 해당 정보를 제공한 증권사를 통해 매매가 체결되기 때문에 증권사끼리도 보다 많은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이 붙게 된다.
송 대표는 ‘카카오의 힘’을 몸으로 느끼는 중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젊은 투자자들을 타깃으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사용자가 20~60대로 다양한 겁니다. 사용자 평균 연령대는 1970년생이고요. 사실 50, 60대 사용자들에게 앱 하나를 깔게 하기가 엄청 어렵습니다. 그런데 카카오톡은 전 연령대가 사용하는 앱이다 보니까 이 부분이 쉽게 해결이 됐습니다.”
소셜트레이딩서비스(STS)를 향한 ‘불안한 시선’에 대해선 “걱정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소위 재야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정보를 알려주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공공연하게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더 위험한 것 아닌가요? 오히려 인맥으로 연결된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 성향과 수익률, 포트폴리오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사용자들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올 하반기엔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다. TV광고를 비롯해 지하철, 버스 광고 등도 생각하고 있다. 증권업계 불황은 기회로 본다.
“어려울 때 뭔가를 시작하면 잘 될 수 있는 여력이 많으니 더 좋지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STS가 증권업계에 기여하는 부분은 분명히 많을테니까요.”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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