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트렌드] 카엘젬백스, 췌장암 면역치료백신 상용화 '부푼 꿈'

입력 2014-05-27 07:00
英서 임상실험 'GV1001'
이오탁신 높은 환자군서 생존율 증가 효과 입증

식약처에 품목허가 신청
올 하반기 허가 기대


[ 이준혁 / 조미현 기자 ] 최근 미국 의료계에선 암 중에서도 췌장암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2011년 췌장암으로 사망, 관련 치료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췌장암은 수술을 해도 사망률과 재발률이 높아 ‘매우 고약한 암’으로 불린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너나 할것 없이 췌장암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획기적인 의약품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바이오기업인 카엘젬백스가 췌장암 면역치료백신 ‘GV1001’의 치료 효과를 영국에서 진행한 임상을 통해 입증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제이피 네옵톨레모스 영국 리버풀대병원 암연구센터장은 28일부터 7일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이오탁신’이라는 물질의 수치가 높은 췌장암 환자의 경우 ‘GV1001’이 생존율을 증가시켰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영국인 10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3상 결과, 혈중 이오탁신의 수치가 높은 환자 간 비교에서 ‘GV1001’을 투여받지 않은 환자의 생존기간은 평균 299일이었지만, 투여받은 환자는 평균 451일을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생존율 상위 5% 그룹은 623일이나 생존했으며 이는 대조군에 비해 265일이나 더 길었다.

ASCO를 앞두고 사전 배포한 보고서를 통해 네옵톨레모스 센터장은 “혈중 이오탁신 수치가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바이오마커(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라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독성과 부작용이 거의 없어 췌장암 면역치료백신의 상용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웅 (주)젬백스앤카엘 IR 총괄대표는 “GV1001은 암세포에 붙어있는 ‘텔로머라아제’를 면역세포가 인식하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단순한 예방백신이 아닌 면역성을 띤 치료백신으로 개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텔로머라아제는 염색체 끝에 달린 효소로 세포의 노화를 억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암세포는 텔로머라아제가 과다 발현되면서 정상세포에 비해 성장이 빠르다.

GV1001은 면역세포가 텔로머라아제가 과다 발현된 암세포를 인식해 파괴하면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GV1001은 1989년 노르웨이의 바이오기업 젬백스가 개발한 항암백신으로 췌장암 임상3상까지 진행돼 왔다. 하지만 2008년 유럽의 외환위기로 임상3상 진행이 어려워지자 같은 해 10월에 국내 바이오기업 카엘이 1000만달러에 인수해 임상을 진행해왔다.

앞서 지난해 6월 GV1001을 투여한 환자와 대조군 사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된 바 있다. 김상재 카엘젬백스 대표는 “당시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위한 생존율에 아쉽게 이르지 못했다”며 “하지만 연구진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분석작업을 진행한 결과, 이오탁신이 높인 환자군에서는 생존율이 확실히 차이가 나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카엘젬백스는 미 종양학회에서의 발표를 근거로 ‘GV1001’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 신청을 마쳤고, 이번에 연구 결과가 발표된 만큼 올 하반기쯤 허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올 하반기에 유럽과 미국에서도 품목허가 신청을 추진할 계획이다.

■ 이오탁신

체내에서 발견되는 유전물질. 췌장암 환자의 48%는 이오탁신 농도가 굉장히 높다.

이준혁/조미현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