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피 바꾸는 쿠작백, 지미추로 만들거예요"

입력 2014-05-26 22:06
수정 2014-05-28 16:51
지금은 女成(여성 성공)시대 - '체인지백' 개발한 황희 세라인터내셔날 사장

미술유학 떠난 경영학도
패션·디자인에 꽂혀 창업
패턴변화 가능한 가방 특허

국내 생산·수작업 고집
백화점·홈쇼핑 입점 확대


[ 민지혜 기자 ]
황희 세라인터내셔날 사장은 이화여대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같은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밟던 ‘교수 지망생’이었다. 새벽까지 공부하며 열심히 살았지만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2003년 영국으로 떠났다.

유화를 좋아했던 그는 미술을 선택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한 달간 살다시피 했고 ‘내가 좋아하는 가방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독특한 작품’이라는 그의 잡화 브랜드 ‘쿠작’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한국의 지미추’ 만들겠다

황 사장은 당시 영국에서 미술대학 정규과정에 들어가지 않고 학원에 다니며 자유롭게 공부했다. 다양한 외국 브랜드의 패션과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 2006년 해외 브랜드 제품을 들여와 파는 무역회사 ‘심플리라이프’를 차렸다.

그에게 특별하게 다가온 브랜드는 ‘지미추’였다. 지미추는 영국의 작은 구두 공방에서 시작해 글로벌 명품으로 성장한 브랜드다.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빈의 구두를 만들던 지미 추가 내놓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다. 황 사장은 “여러 브랜드에 대해 공부하면서 국산 브랜드를 만들어보자. 한국의 명품을 키워보자고 다짐했다”며 “장인들의 수작업을 고집하는 ‘한국의 지미추’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체인지백’으로 발명 특허

황 사장은 종이에 그린 가방을 들고 다니며 원단 공장, 금형 공장, 가죽 공장을 발로 뛰어다녔다. “외피를 갈아 끼우는 실용적인 핸드백을 만들자고 했더니 처음엔 공장 사장님들이 다 ‘그건 머릿속 생각’이라며 불가능하다고 말했어요.”

그는 굴하지 않고 수백번 보완해 생산원가 150만원을 들여 첫 샘플을 만들었다. 가방 손잡이를 떼낸 뒤 겉면에 다른 가죽을 끼우는 체인지백은 손잡이와 가방 겉면의 색상과 패턴 등을 바꿀 수 있다. 덧대는 외피를 한쪽은 가죽으로, 한쪽은 그림 등 프린트를 넣은 천으로 만들었다. ‘가방 위에 그림을 그리자’는 생각을 실현한 것이다.

황 사장은 2009년 체인지백에 대해 발명특허를 받았다.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2010년 1월 무역업체 심플리라이프를 접고 4월 세라인터내셔날을 새로 설립했다. 그해 10월 말 샘플을 들고 일본 ‘도쿄 국제 기프트쇼’에 참가해 1억원어치의 선주문을 받았다. 브랜드 이름은 쿠작으로 정했다.

◆홈쇼핑서 ‘대박’

세라인터내셔날은 2012년 갤러리아백화점 동백점에 매장을 내고 분당, 창원 등에 대리점을 열었다. 하지만 제품 수급이 제대로 안 되고 유통업체와 마찰까지 생겼다. 매장을 정리한 그는 중소기업 전문 홈쇼핑 채널인 ‘홈앤쇼핑’을 찾아갔다.

황 사장은 “외국 브랜드를 붙여 파는 다른 가방들이 12만~14만원대였는데 쿠작은 24만9000원에 판매했다”며 “두 번 방송에 나갔는데 3000여개나 팔렸다”고 말했다. 그는 “100% 국내 생산이고 30~40년 된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라인터내셔날은 올가을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매장을 내고 GS샵·롯데홈쇼핑에 방송을 내보낼 계획이다.

그는 “지난달 미국 유통업체에서 찾아와 2억원어치가량 가방을 주문했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유럽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라인터내셔날은 올 들어 4월까지 1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연말까지는 해외판매를 포함해 50억원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 사장은 “직원들에게 회사를 맡기고 이탈리아에 가서 디자인 공부를 하는 것이 꿈”이라며 “9명의 직원이 ‘내 회사’처럼 일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가방처럼 구두와 속옷도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고급스러우면서 섹시하고 동시에 편안한 구두와 속옷을 올해 하반기에 내놓을 겁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