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영 '제주포럼' 집행위원장
2014년 56개국 4000여명 참석
보아오, 中 적극 지원으로 성장
대통령 제주 참석 관례 됐으면
[ 이현주 기자 ] “제주포럼은 규모 면에서 국내 최대 포럼으로 자리 잡았어요. 중국의 보아오포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아시아 지역 내 최고 포럼이 될 날이 머지않았죠.”
최근 제주 중문단지 내 제주평화연구원에서 만난 문태영 제주포럼 집행위원장(61·사진)의 표정은 밝았다. 제주평화연구원은 28일부터 30일까지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리는 제9회 제주포럼의 주관 기관으로, 원장인 그가 집행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지난해 제8회 포럼 때에는 세계 49개국에서 3600여명이 찾았다”며 “올해는 56개국 4000여명으로 참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서 국제 포럼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제주포럼 규모를 따라 올 곳은 아직 없다는 게 문 위원장의 자랑이다.
제주포럼은 2001년 ‘평화 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초기에는 격년제로 외교·안보 분야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동아시아 평화와 지역 공동체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러다 2012년 포럼 개최를 연례화하고 ‘종합 포럼’으로 성격을 바꾸면서 규모와 인지도가 급성장했다. 문 위원장은 “경제, 경영, 문화, 인권, 청소년 등으로 의제가 다양화됐다”며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과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지정된 섬이기 때문에 환경 분야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포럼은 중국 보아오포럼과 자주 비교된다. 제주포럼과 보아오포럼은 같은 해에 출범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보아오포럼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업고 크게 성장했지만 제주포럼은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중국 보아오포럼이 빠르게 성장한 것은 후진타오나 시진핑 국가 주석이 매년 개막연설을 함으로써 위상을 끌어올렸기 때문이죠. 제주포럼에도 한국 대통령의 참석을 관례화할 필요가 있어요. 이는 제주포럼을 세계적 포럼으로 육성하는 전략적 포석이 될 뿐만 아니라 중견국으로서 한국의 소프트파워 증진 차원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전략입니다.”
문 위원장은 주독일 대사와 외교부 대변인을 지낸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2012년 공모를 통해 제주평화연구원장에 올랐다. 올해 포럼 주요 연사 섭외에도 문 위원장의 탄탄한 외교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됐다. 그는 “국내에서 열리는 포럼이 워낙 많아져 해외 연사 초청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9회 제주포럼에는 줄리아 길라드 전 호주 총리와 살람 파야드 전 팔레스타인 총리,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회장 등 ‘빅샷’이 대거 참석한다.
문 위원장은 이번 포럼에서 가장 볼 만한 프로그램으로 30일 피오리나 전 회장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기업가 정신과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대담하는 특별세션을 꼽았다. ‘여성 대통령 시대’에 가장 잘 맞는 화두로 참석자들의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새롭게 생긴 세션인 전직 외교 장관과의 만남, 한·중·일 비즈니스맨들의 미팅, 한국·중국·일본·미국 대학생을 초청한 차세대 지도자 미팅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서귀포(제주)=이현주 한경비즈니스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