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된 장애어린이들] 재활·직업훈련 병행…장애→빈곤 '고리' 끊자

입력 2014-05-26 21:25
수정 2014-05-28 16:44
(5) 직업교육 통한 일자리 창출

장애인가구 月소득 도시근로자의 30% 수준
BMW 등 獨 기업들 장애인 학교에 발주


[ 강경민 기자 ]
26일 오전 10시 서울 신교동에 있는 푸르메재활센터. 월요일의 다소 이른 시간인데도 1층 카페에 마련된 40여개의 좌석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 카페의 이름은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이 카페에서 일하는 4명의 직원은 모두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장애인이다. 그럼에도 손님들의 커피 주문을 받고 테이블을 정리하는 모습에선 장애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들은 정식 자격증을 보유한 어엿한 바리스타다.

◆장애와 빈곤의 악순환 막아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 15세 이상 장애인 취업자 비율은 35.5%로, 전체 취업자 비율(60.3%)을 훨씬 밑돈다. 4인 가족 기준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98만원으로, 도시 근로자 월평균 소득(543만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체 장애인 가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46.2%의 월 소득이 150만원 미만이다.

전문가들은 저조한 장애인들의 취업 활동으로 인해 장애가 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장애인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국가가 이들을 위해 미래에 투입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에 대한 조기 재활치료뿐 아니라 직업훈련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장애인들의 천국이라고도 불리는 독일에선 재활과 함께 직업훈련 과정이 체계화돼 있다. 독일 남부 소도시인 다하우의 대표적인 장애인 직업훈련학교인 카리타스작업장엔 기술 전문가들이 장애인들의 장애 정도 및 취미, 특기 등을 분석한 뒤 가장 적합한 직업을 찾아준다. 예를 들어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금속가공 작업엔 경증 장애인들을 배치하고, 단순조립 작업엔 중증 장애인을 투입해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독일에선 직업훈련학교가 물품을 만드는 사업장 역할을 한다. 지멘스, BMW 등 독일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발주하는 물량의 30% 이상을 이들이 책임진다는 게 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직업학교에서 훈련 과정을 이수하면 각자의 능력에 따라 공공기관 및 민간 기업의 작업장으로 배치된다.

◆장애인 정책의 목표는 일자리

푸르메재단은 2012년 9월부터 SPC그룹과 함께 푸르메재활센터 1층에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1호점을 열었다. 예전에도 커피숍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많았지만 대부분 청소 및 설거지 등 단순 반복작업을 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곳에선 장애인 직업훈련학교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장애인들을 고용해 직접 커피를 만들고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일을 맡기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 시내에 5개의 체인점을 열었다.

채춘호 푸르메재단 직업재활팀장은 “장애인들은 조기 재활치료를 거쳐 체계적인 직업 활동을 통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며 “장애인 정책의 마지막 목표는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푸르메재단은 장애인 경제활동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학령기부터 장애 학생의 직업 적성 및 재능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하는 ‘전환교육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단은 오는 7월부터 국립특수교육원과 국립한국복지대학교와 함께하는 ‘전국장애학생 진로캠프’ 사업을 통해 장애 청소년의 진로탐색능력과 직업적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발굴할 계획이다. 재단은 또 다음달 서울 소재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 장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장애 청소년 구직역량강화프로그램’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