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문닫은 곳, 창업의 2.2배
[ 이준혁 기자 ]
저출산 추세와 도시화로 인해 전국 농·어촌 지역의 산부인과 시스템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일본처럼 수도권과 일부 도시 지역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출산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정책연구소가 26일 내놓은 ‘2013년 의료기관 개·폐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산부인과 수(96개소)가 개업 산부인과 병·의원(43개소)의 두 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률(신생병원 대비 폐업병원 비율)이 223.3%에 달했다. 산부인과 1개가 개업할 때 2.3개가 문을 닫고 있다는 얘기다. 전년에 비해 폐업 산부인과는 50% 늘었다.
전국에 분만 병원이 없는 시·군·구는 46곳이었다. 강원도가 11곳으로 최대 취약지였고, 다음으로 경북(10곳), 전남(10곳), 경남(6곳), 전북(4곳) 순이었다.
임금자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산부인과의 경영은 어려운 수준을 넘어 이미 붕괴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박인양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서울성모병원 교수)은 “포괄수가제 적용에 따른 비급여 수익 감소와 노산 증가로 의료사고율이 높아지면서 의사들의 산부인과 기피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며 “산부인과 진료과목의 존폐 자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병원 전체로는 지난해 전국에서 하루 평균 17.6개의 병·의원이 개업했고 14.4개가 폐업했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일반의들의 개업이 크게 늘었다.
임 위원은 “전문의 자격을 갖춘 의사들도 전문의 자격을 드러내지 않고 일반의원(진료과목 미표시)으로 문을 여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전문의를 내세우면 특정 진료과목에 대해서만 환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