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현상금

입력 2014-05-26 20:32
수정 2014-05-28 17:08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돈만큼 효과가 확실한 것도 드물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화폐를 쓰는 곳에는 항상 현상금이 존재해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도 명종 때 임꺽정, 고종 때 전봉준 체포에 현상금이 걸렸다. 19세기 미국 서부시대에 무법자로 유명했던 제시 제임스에게는 무려 5000달러의 현상금이 책정되기도 했다.

대부분의 현상금은 테러, 국제적인 마약거래 및 조직폭력, 살인 등 강력 범죄자 검거에 걸린다. 9·11 테러 주범 빈 라덴의 현상금은 처음에는 2500만달러였지만 2004년 미 의회는 이를 5000만달러로 올렸다. 한화로 500억원이 넘는 거액으로, 역대 최고 현상금이다. 미국 정부는 그러나 빈 라덴 사살 후 결정적 제보자가 없었다며 현상금을 지급하지는 않았다. 2006년 처형된 사담 후세인에게는 2500만달러의 돈이 걸렸었다. 대형 테러 등을 제외한 일반 범죄 최대 현상금은 매들린이라는 네살짜리 영국 소녀 유괴범에 걸렸던 250만파운드(약 43억원)였다. 이 소녀는 포르투갈 한 휴양지 호텔방에서 2007년 홀연히 사라졌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각계의 기부금까지 답지해 현상금이 천정부지로 올라갔지만 지금까지 미제로 남았다.

현상금이 높아지면서 이를 노리는 전문 직업도 생겼다. 소위 현상금 사냥꾼(bounty hunter)으로 불리는 사람들로, 이미 미 서부개척 시대 때 등장했다. 제시 제임스 같은 무법자들을 잡을 능력도 정보도 부족했던 당시 보안관들은 현상금을 내걸고 이들에게 의존했다. 올초 개봉한 조선미녀삼총사라는 영화에서 보듯이 조선시대에도 비슷한 직업이 있었던 모양이다. 최근에는 어엿하게 면허까지 갖고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 관타나모 수용소 재소자의 대부분이 현상금 사냥꾼의 제보로 체포됐다고 한다. ‘돈’의 위력을 새삼 보여준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게 걸린 현상금이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인상됐다는 소식이다. 국내 현상금으로는 역대 최고 액수다. 현상금이 너무 적다는 지적에 따라 경찰청 훈령 ‘범죄 신고자 등 보호 및 보상에 관한 규칙’이 정하는 상한선까지 올렸다. 지금까지 최고 액수는 5000만원으로 모두 5건이 있었는데 이 중 3건이 신고로 해결됐다. 탈옥수 신창원, 연쇄살인범 유영철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현상금에 대해선 세금도 안 뗀다. 유씨가 5억원이라는 현상금을 노리는 눈들을 피해 얼마나 도피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