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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전문점의 진화크림·수제 맥주 등 맛 차별화…틈새시장 공략
매장도 치킨호프서 벗어나 '카페풍'으로 변신
[ 강창동 기자 ]
서울 지하철역 6호선 버티고개역 2번 출구 앞에 있는 생맥주전문점 ‘플젠’은 자연냉각 크림 생맥주전문점이다. 크림 생맥주라는 차별화된 상품으로 여성고객에게 인기를 끌면서 나름대로 틈새시장을 만들어냈다. 이곳은 유럽 스타일의 카페풍으로 꾸민 인테리어도 눈길을 끈다. 덕분에 남자친구를 동반한 여성들이 자주 드나드는 지역 명소로 자리잡았다. 매장 설비비 8200만원에 점포 보증금 5000만원 등 총 1억3000만원이 투자된 이 점포는 66㎡(약 20평)짜리 매장에서 하루 평균 150만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생맥주전문점 개성도 각양각색
한낮 온도가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지금이 맥주전문점의 성수기가 시작되는 때다. 맥주전문점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유흥상권에 주로 포진하고 있는 165㎡(약 50평) 규모의 중대형 생맥주전문점, 동네상권에 많은 33㎡(약 10평) 안팎 스몰비어, 이른바 ‘치맥’ 열풍을 몰고 온 치킨호프 전문점, 각국 수입맥주를 내놓는 세계맥주전문점, 특정 점포만의 독특한 제조법으로 만들어내는 수제 생맥주전문점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 같은 맥주전문점들이 지갑이 얇아져가는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해 맛과 분위기에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플젠 버티고개역점을 창업한 이현수 사장(44)은 지구 온난화로 여름이 점점 길어지면서 매장면적이 같다면 음식점보다는 생맥주전문점의 매출이 훨씬 낫다는 지인들의 말을 듣고 생맥주전문점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상권을 막론하고 의외로 많은 생맥주전문점이 깔려 있는 것을 보고 걱정이 앞섰다. “다른 점포와 차별화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음식점도 마찬가지지만 수요보다 훨씬 많은 맥주점들이 문을 열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는 브랜드마다 차별화된 경쟁력이 무엇인지 신경을 집중했지요.” 이 사장이 생각한 차별화 포인트는 생맥주의 맛과 인테리어, 안주 메뉴다. 크림 생맥주는 생맥주 자체를 초미립자로 추출해 하얀 우유 빛의 크림처럼 만든 것으로 목 넘김을 부드럽게 하는데다 탄산가스가 날아가는 것을 막아 신선한 맛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태원은 수제 생맥주의 메카
생맥주전문점의 또 다른 기류는 수제 맥주(크래프트 비어)를 취급하는 수제 생맥주전문점이다. 크래프트 비어는 맥아, 호프, 물, 효모 등 4가지를 사용해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말한다. 만드는 사람의 레시피에 따라 숙성 과정과 시간이 달라져 맛이 천차만별이다. 수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을 ‘마이크로 브루어리(소규모 양조장)’라고 부르는데, 최근 이태원 경리단길과 홍대상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태원의 수제 맥주전문점 ‘라일리스 탭하우스’는 제주감귤껍질 생맥주 등 일반 맥줏집에서 찾기 힘든 30종의 생맥주를 판매한다. 계절마다 맥주 종류도 조금씩 바뀐다. 주말 저녁엔 빈 자리가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인기다. 이태원은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 ‘수제 생맥주의 메카’로 꼽힌다. ‘크래프트웍스 탭하우스’ ‘맥파이’ ‘더 스프링스 탭하우스’ 등이 꽤 알려진 가게다. ‘퀸스헤드’는 홍대상권에서 잘 알려진 수제 생맥주 전문점이다. 수제 생맥주전문점은 프랜차이즈 모델이 많지 않다. 양조설비를 갖추는 데 상당한 자본이 들어가고, 맛의 통일성에도 난관이 따르는 까닭이다.
스몰비어는 동네상권의 10평 안팎 매장에서 저렴하게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500cc 생맥주 한 잔에 2500원, 안주 가격은 보통 3000~1만원으로 부담스럽지 않다. 작년부터 스몰비어 브랜드들이 급증, 경쟁이 심해진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치킨호프 전문점들도 예전의 호프집 분위기에서 벗어나 카페풍으로 바뀌고 있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생맥주전문점 시장이 포화상태를 지나 격변의 진화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예비창업자들은 어떤 브랜드가 차별화된 것인지 면밀히 살펴본 후 창업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