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매주 일요일 아침만 되면 TV에서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려고 교회도 안 가고 TV앞에 앉아 있다가 혼나곤 했던 기억이 난다(그렇게 절실한 크리스천도 아니었는데..).</p> <p>'디즈니 만화동산'은 KBS 1TV에서 했다가 뭔가 격에 맞지 않았는지 KBS 2TV로 옮겨지고 원래 시간도 토요일 오후에 했던 것을 일요일 오전 8시~8시 50분, 8시~9시 50분 등으로 주로 전국 초등학생의 많은 비율이 늦잠을 자느라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곤 했었다. 그래도 이 만화동산 보려고 어떻게든 일찍 일어나서 TV를 지켜보던 수많은 아이 중에 한 명이 바로 필자였다.</p> <p>원제는 'DuckTales'라는 이름으로 시리즈화되었지만, 한국에는 '욕심쟁이 오리 아저씨'로 소개 되었다. 처음에는 KBS 1TV에서 1989년에 방영했지만, 나중에 다시 1993년에 KBS 2TV에서 재방영하였다.
[와 저 돈 많은 아저씨가 우리 삼촌이라면 정말 좋겠다.] '꽥꽥꽥꽥 꽥꽥꽥꽥 오리 아저씨~ 꽥꽥꽥꽥 꽥꽥꽥꽥 욕심 부려도~ 우리 모두 오리 아저씨 좋아해요 사랑해요~'로 시작되는 오프닝 송은 지금 들어도 흥겹다. 그리고 또한 요즘도 필자는 다른 의미로 오리 아저씨를 정말 좋아한다(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오리탕을..).</p> <p>■ 주말 아침마다 늦잠을 잘 수 없었던 이유</p> <p>이 만화에서는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기존의 만화 캐릭터와는 여러 부분에서 부족한 '스크루지 맥덕(Scrooge McDuck)'이라는 오리 아저씨가 등장한다. 이때 당시의 설정으로는 디즈니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삼촌으로 설정되었다. 그 이름의 '스크루지'는 익히 아시다시피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 영감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니 만화를 안 봐도 대충 만화 속에서 이 아저씨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는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p> <p>이 만화 말고 다른 만화들도 일요일 오전에 했던 것들이 많았는데, 경쟁사인 MBC에서 '마르코 폴로의 모험'을 했는데, 이것을 꽤나 심오하게 심취하며 즐겨본 기억이 난다. 만화로 시작했다가 역사적인 유물 관련 화면은 실제 영상 같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만화와 실제의 합성 같은 것은 그 때만 해도 다소 황당할 정도로 신기한 퓨전이었다.
[마르코 폴로의 모험] 이 만화 외에도 여러 가지 만화들이 기억나는데, '태양소년 에스테반'이라던가 '삼국지'라던가 더 오래 전에는 '은하철도 999'도 아침에 방영되었었다. 아무튼, 이렇게 일요일 오전마다 각종 만화영화를 해대니 토요일 밤에는 '토요명화'나' 주말의 명화'를 보고 영화가 끝나면 거의 새벽 시간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면 다음날 일요일 아침부터 꽤나 피곤한 상태로 주말이 하루 종일 피곤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그 당시의 필자에게 일요일 아침 8시 기상은 인간으로서 불구대전의 원수에게 복수할 정도의 각오가 아니고서는 어지간한 각오로는 일어나기 힘든 고통의 시간이었다.</p> <p>그렇게 고통스러운 이른 아침 기상을 강요하던 만화 극장이었지만, 이 당시 방영했던 만화 중에는 이제 와서 그간의 방영 리스트를 입수해서 살펴보니 정말 위에 계신 분들이 고심하고 고심해서 선택한 흔적이 역력하다. 지금 봐도 괜찮을 만한 무언가 철학적이고 심오하며 교육적인 내용이 있는 것들이 꽤나 많이 있다(그래서 어떤 만화는 굉장히 지루하고 졸립기도 했지).</p> <p>그 당시 KBS 디즈니 만화동산에서 했던 애니메이션들 중에 '빙글뱅글(Talespin)'이나 '다람쥐 구조대(Chip 'n Dale Rescue Rangers)' 같이 잘 기억나지 않는 작품들도 있는 반면 지금도 도시락 밥통에까지 그려져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곰돌이 푸(The New Adventures of Winnie the Pooh)'라던가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 '알라딘(Aladdin)', '티몬과 품바(The Lion King's Timon & Pumbaa)'와 같은 작품들도 볼 수 있었다.</p> <p>물론 '욕심쟁이 오리아저씨(The Ducktales)'도 방영됐다. 또한, 그 만화 중에는 인기에 힘입어 게임으로 출시된 것들도 꽤 되는데, 이번에 소개할 '오리 아저씨'라는 게임이다.
■ 액션 PC게임 '오리 아저씨' 등장
'오리 아저씨' 게임은 한국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다. 필자는 물론 필자의 사촌 동생들도 이 게임을 하고 있어서 방학 때면 서로 만나 대전을 펼치기도 했다. 필자가 즐기던 버전은 2D 2장짜리 PC용 게임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Duck Tales' 게임도 한두 개가 아니고 플랫폼도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었다.
[사진 찍기 모드] 그 당시 컴퓨터 학원에서도 XT 기종에서 할 만한 게임들 중에 '오리 아저씨' 게임이 인기 게임에 포함 되어 있었다. 아마도 작은 용량과 용량에 비해 게임시스템의 완성도가 최소한 원작 캐릭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구현되었기 때문에 'E.T' 게임과 같은 불행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p> <p>'DuckTales'를 소재로 한 게임들은 대부분 액션이나 퍼즐 게임으로 출시되었다. 필자가 즐기던 PC용 게임은 조금은 특이한 액션 어드벤처 성격의 게임이다('어드벤처'는 필자가 억지로 갖다 붙인 것임을 인정합니다). 이 게임은 최근까지도 출시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캡콤(CAPCOM)'에서 'DuckTales'게임을 리메이크한 'DuckTales Remastered'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PSN, XBLA, Wii U e-Shop등을 통해 구입할 수 있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이 게임의 인기는 역시 예전만큼은 못한 것 같다(요즘에는 또 워낙 재미있는 게임들도 많아서..).
[밧줄 걸기 모드] 필자가 즐겨하던 PC용 '오리 아저씨' 게임은 특이하게 2인 플레이 모드를 지원했다. 그래서 사촌 동생들하고 함께 너 한판 나 한판 하는 식으로 경쟁하듯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게임 내용은 2P간의 경쟁적인 부분으로 서로 협동해서 진행할 수 있는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 이 게임은 다시 여러 개의 미니 게임을 진행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미로찾기 라든가 사진 찍기 게임, 그리고 필자가 제일 좋아했던 밧줄 걸기 게임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밧줄을 빙빙 돌리다가 각도를 예상해서 던져야 암석 끝 부분에 정확히 밧줄이 걸리게 된다.
[컴퓨터잡지 '컴퓨터세대' 1991년 1월호] 던지던 밧줄이 빗나가면 다시 던져야 되고 가끔 위에서 바위 같은 것들이 굴러 떨어지는데, 넋 놓고 있다가 그 돌에 치여 밑으로 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여유부릴 틈 없이 정확히 조준해서 밧줄을 거는 것이 게임의 포인트였다. 의외로 밧줄 돌리는 것에 빠져들어 겨울 밤 내내 필자의 사촌동생과 함께 밧줄을 던지던 기억이 난다.</p> <p>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동굴은 워프 포인트처럼 작동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동굴 속에 방해하는 무리들이 숨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무턱대고 아무 동굴이나 들어갔다가는 마녀의 저주에 걸려 밑으로 떨어진다.</p> <p>이 게임은 몇 몇 게임 잡지에서 단순하게 즐길 수 있는 가족게임으로도 많이 추천되었지만, 실제로 가족끼리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가족게임의 그럴듯한 모양새는 적어도 닌텐도 Wii 정도가 되어서야 시장을 자리 잡은 것 같다. 저 시대에 '가족게임'이라니.. 물론 그 당시 게임 잡지에는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있거나 또는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으면서 모두 다 화목하게 웃으며 게임을 즐기는 장면들이 많이 나왔지만(대부분 '오리 사냥'같은 건콘 게임들), 실제로 집안에서 게임기를 박살내지 않고 놔두면 다행이지, 그렇게 부모님까지 얼싸안고 게임이나 같이 하자고 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을까(적어도 필자 주변에는 거의 없었다)? 게임이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한두 판 해보면 쉽게 감이 온다(라고 써놓고 오래 전 생각이 나서 다시 해봤는데, 왜 이렇게 어렵지?).</p> <p>이 게임을 한창 할 때는 그게 뭔지도 잘 몰랐지만, 이 게임에는 '주식시장'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메뉴에 들어가서 경제 뉴스를 보고 주식의 금액을 선택해서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사기(BUY)'메뉴나 '팔기(SELL)' 메뉴 등으로 주식을 사고 팔 수가 있게 되어 있다. 왜 이 게임할 때는 이런 것들이 있는지도 몰랐는지..
[와 나도 저거 한 상자만 있었으면..] ■ 혼자보다 둘이 더 재밌다...게임 친구들 지금도 연락</p> <p>사촌 동생들이 모이면 주로 하던 '파티' 게임들 중에 '심슨 패밀리'나 '킹콩' 같은 게임도 있었지만, '오리 아저씨' 게임도 진득하게 둘이 붙어서 하기엔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사실 이 게임은 혼자서 하는 것 보다는 둘이서 하면 더 재미있다.</p> <p>이때 당시 '오리 아저씨' 게임을 한창 즐길 무렵 PC시장은 대부분 'XT'컴퓨터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 막 'AT'컴퓨터들이 비싼 가격에 팔리기 시작할 무렵이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150만~200만원 선에 판매가 됐었던 것 같다. 14인치 컬러 모니터도 꽤 비싼 가격이었고, 지금의 200만원도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 당시에 200만원은 굉장한 액수였다.</p> <p>필자의 사촌동생들도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AT' 컴퓨터를 구해왔다. 그런데 문제는 하드 디스크가 없는 모델이었다. 그 당시에는 20MB나 40MB 하드들이 주로 쓰였는데, 필자는 무려 40MB의 하드 디스크를 탑재한 '현대 솔로몬 AT(286)' 컴퓨터를 쓰고 있었다. 이 컴퓨터는 나중에 중고로 팔 때야 본체를 뜯어봤는데, 놀랍게도 CPU가 AMD였다. 이미 25년 전에 생산된 컴퓨터에도 AMD CPU가 쓰이고 있었다니, 그 때는 그게 뭔지도 잘 몰랐지만 나중에서야 신기해했다.</p> <p>아무튼 필자의 보물 같은 하드 디스크가 달린 AT 컴퓨터와는 다르게 사촌 동생의 컴퓨터는 5.25인치 디스크 드라이브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오리 아저씨' 게임을 하드 디스크에서 실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디스크를 번갈아 끼워가며 로딩하면서 게임을 즐기곤 했다. 그런데 이놈의 로딩시간이라는 것이 지금의 서버 접속 대기열 타는 시간과 비교해도 모자랄 만큼 엄청나게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인 경우도 많았다. 오죽하면 게임 한 판 하는 시간보다 로딩하는 시간이 더 긴 경우도 있었고, 디스크에 베드 섹터라도 있던가 하면 한참 로딩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p> <p>그래도 그 이전의 테이프 세대의 형님들에 비하면야 양반이었겠지만, 이 로딩의 기다림은 느리게 사는 삶의 미학이 무엇인지 절실히 느끼게 해준다. 워낙 남자 형제들간에는 터놓고 얘기 할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와 필자의 사촌동생들은 이 게임 로딩 시간에 서로의 안부나 고민거리들을 상담하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주구장창 몇 십 분에 이를 정도로 길고 장황하게 말할 시간은 안되었지만, 짤막하게나마(그래도 거의 분 단위로 걸리는 경우도 꽤 있다).</p> <p>대화를 주고 받으며 많은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한 겨울 밤에 두 형제간에 오고 가는 속 깊은 대화라니.. (지루한 게임 로딩 시간에 먹먹하게 앉아만 있기 불편해서 시작한 것이지만..) 지금은 버튼 클릭과 동시에 전송이 이루어질 만큼 네트워크 전송도 예전에 디스크 읽기보다 빠른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바로 옆에서도 인스턴스 메신저나 문자, 쪽지를 주고받는 경우도 많다. 가끔은 실제 현실에서 대화하는 상대방을 앞에 두고도 온라인으로 다른 가상의 세계나 SNS 등에 빠져 사는 사람들도 많이 보게 되는데, 무언가 대화(Message Data)의 전달 속도는 굉장히 빨라졌지만, 그 무게는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이다.</p> <p>어떻게 보면 웃긴 얘기이긴 하지만, 이 '오리 아저씨'라는 게임을 같이 했던 친척 동생들은 아직도 잘 지내고 있다. 왜 유독 중학교 올라갈 때쯤 겨울방학에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 이 게임을 함께 하지 않은 친척 동생들과는 요즘도 소원(疎遠)하게 지내고 있는 반면, 이 게임을 같이 했던 동생들은 아직도 자주 연락하며 자주 만나고 친형제 이상으로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라고 본인은 생각하고 있지만, 사촌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지?).</p> <p>■ 필자의 잡소리
왠지 고색창연한 것 같은 느낌의 '디즈니(Disney)'로고와 간판 캐릭터 중 하나인 'DuckTales' 그리고 최신의 IT업계, 그 중에서도 격변의 게임업계 서비스 중에 한 축을 꿰차고 있는 '스팀(STEAM)' 로고가 한 화면에서 보여지다니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이들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활동을 지켜본 필자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감개무량한 화면이다.
[그 기묘한 동거의 시작] 게다가 미국의 디즈니와 일본의 캡콤이라니.. 예전이라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콜라보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제는 엔터테인먼트에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복합적인 장르의 게임들이 선보인지도 오래되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DuckTales'는 시대에 맞게 시장에 맞춰 변화하고 개선될 것 같다. 한국에 비슷한 구성의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있다면 아마도 '아기공룡 둘리'가 아닐까? (둘리는 왜 사라졌을까..)</p> <p>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기자 gamecus.ceo@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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