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깬 '새정치'...박영선 효과?

입력 2014-05-25 16:56

(고재연 정치부 기자) 26일 국회부의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두고 ‘새정치 여성시대’의 막이 열릴 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야당 몫 국회부의장 선거에는 이미경(5선), 이석현(5선), 김성곤(4선) 후보가 입후보했습니다.

이미경 의원이 선출될 경우 제1야당 첫 여성 원내대표(박영선)와 여성 원내정책수석(김현미) ,여성 당대변인(한정애), 여성 원내대변인(유은혜)에 이어 여성 국회 부의장이 탄생합니다. 고위 공무원, 정치인, 최고경영자(CEO) 등에서 남성 대비 여성이 태부족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유리천장’을 여보란듯이 깼다는 평가를 내릴 만합니다.

참고로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이 취임했지만, 정작 청와대와 내각은 그 어느 때보다 남성 비율이 높아 고민이라고 합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참석자(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 등) 18명 중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을 빼곤 모두 남성입니다. 윤진숙 해양수산수장관이 올 초 불명예 퇴진하면서 그나마 여성 국무위원 숫자가 줄어들게 됐습니다. 청와대 53개 비서관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수는 고작 4명으로 ’사회 곳곳의 유리천장을 깨라'는 대통령 령(令)과 배치되는 상황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127명의 의석 가운데 24명이 여성 의원입니다. 149명 중 17명의 여성의원이 있는 새누리당보다 많지요. 그렇지만 당대표,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등 당의 요직은 주로 남성의원들의 몫이었습니다. 18명의 최고위원 중 여성 최고위원은 박혜자 의원과 김삼화 변호사 2명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선명야당’을 이야기한 박영선 의원이 ‘첫 여성 원내대표’가 되며 상황은 바뀌고 있습니다. 여성 의원들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지도부를 꾸리면서 당대표 산하 정책위의장 외에 원내정책수석 직을 신설했습니다. 그리고 김현미 의원에게 첫 원내정책수석 자리를 맡겼습니다. 박 원내대표와 김 정책수석은 17대 국회 때 출자총액제한제 완화를 앞장서 반대하며 ‘콤비 플레이’를 펼친 바 있습니다.

여성 후보들의 약진에 남성 의원들 사이에선 ‘견제론’까지 등장했습니다. 국회부의장 출마를 고려했던 남성 의원들이 “박영선 의원이 첫 여성 원내대표가 되면 부의장 자리는 남성 의원에게 돌아오지 않겠냐”며 박영선 후보를 뽑았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려옵니다.

실제 이석현 의원은 국회부의장 출마 선언에서 이미경 의원을 겨냥해 “새정치민주연합은 헌정사상 최초로 여성원내대표를 선출했다. 그것으로 우리 당은 여성 존중의 메시지를 충분히 국민에게 던졌다고 본다”며 “이제 계파 없는 이석현을 국회부의장으로 선출해 계파초월의 진화하는 야당 모습을 국민에게 또 한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미경 의원은 “현재 40개국에 여성 국회의장, 88개국에 여성 부의장이 활약하고 있다. 우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선진국”이라며 “이제는 국회의장단에도 여성이 참여해야 한다”며 ‘여성 국회부의장’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과연 여성 국회부의장까지 배출해 ‘새정치 여성시대’가 열릴지 26일 의원총회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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