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지연 기자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이 올해 주식시장에서 1조 원 이상의 대박을 터뜨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주가 실적 호조를 기반으로 급등하면서 서 회장의 지분가치도 뛰었기 때문이다. 국내 최상위 주식부호 순위에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2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 회장의 지분가치 평가액은 3조7951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조782억 원 늘어났다.
현재 서 회장은 아모레G 보통주 444만4362주(55.70%)와 우선주 12만2974주(13.50%), 아모레퍼시픽 보통주 62만6445주(10.72%)를 보유하고 있다. 올 들어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 주가 상승분으로만 각각 7907억 원, 2875억 원을 벌었다.
그는 지난해 국내 최상위 주식부호들 중 가장 많은 손실을 본 인물로 꼽힌 바 있다. 지난해 서 회장의 지분가치 감소폭은 5.5%(1400억 원)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최상위 주식부호 10명 중 가장 컸다.
하지만 손실 규모의 7배에 달하는 지분가치를 다시 끌어올리면서 올해 국내 최상위 주식부호들의 순위에도 변동이 생겼다. 서 회장의 지분가치가 정 부회장(3조4682억 원)을 웃돌며 3위와 4위 자리를 바꿔 앉았다.
올 들어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 주가는 각각 45.9%, 37.6% 급등했다. 주가를 끌어올린 주요인은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호조다.
올 1분기 아모퍼시픽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9%, 25.3% 증가한 9318억 원과 175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매출 8893억 원, 영업이익 1538억 원)을 상회한 수치다.
국내외 사업에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이뤄졌다. 특히 면세점과 디지털, 해외 사업이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해외 사업(중국)의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5%, 88% 증가율을 나타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니스프리가 중국 진출 2년 만에 55개 매장을 확장했고 점포당 매출액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면서 "홍콩 조인트벤처(JV) 법인에 대한 지분 인수로 250억 원 매출 증가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온라인 등 성장이 두드러지는 채널과 둔화된 채널(방문판매, 백화점)을 효과적으로 관리했다"며 "프랑스 법인과 중국 마몽드 백화점 채널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 등도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