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스토리'와 '체험'이 만날 때 소비자가 움직인다

입력 2014-05-23 07:00
Let's Master - 공유가치 (CSV) 경영 (4)

시스코네트워킹아카데미
'IT전문가의 꿈' 스토리로
공익+사익 가치 창출 성공

잠재고객을 끌어들이는 브랜딩이 마케팅 성패 좌우



#1 보스턴에 거주하는 조앤킴 씨는 인터넷 가입으로 리사이클뱅크의 회원이 돼 석 달 전에 무인정보인식장치(RFID) 칩이 부착된 재활용 쓰레기통을 받았다. 재활용 쓰레기를 통에 넣으면 자동으로 그 양이 계산되고 동네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가 적립된다. 지구 환경을 보전한다는 생각 때문에 전보다 더 신경 써서 재활용쓰레기를 분리하게 됐다. 이웃에도 이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 본 사업을 하고 있는 리사이클뱅크는 2004년 미국 뉴욕에 설립된 쓰레기 재활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친환경 기업이다. 리사이클뱅크의 지구 환경 보전에 동참하는 회원은 창립 9년 만에 400만명가량이 됐고, 재활용 쓰레기 비율이 지역별로 15~100%까지 늘었다.

#2 컴퓨터공학도로서의 꿈을 안고 대학에 진학한 5급 청각장애인 우동철 씨(가명)는 가정 형편으로 대학을 자퇴하고 생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다시 정보통신(IT) 전문가의 꿈을 키우게 된 것은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장애인 시스코네트워킹 아카데미’ 과정을 통해서다. 시스코시스템즈는 1984년에 설립된 미국의 네트워크 통신회사다. 세계 165개국에 1만여개의 ‘네트워킹아카데미’를 설립하고 국제연합(UN), 비정부단체(NGO), 대학 등과 협력해 저개발 지역 주민에게 컴퓨터 네트워킹 기술을 교육한다. 교육 내용은 클라우딩 컴퓨팅 기술을 통해 16개 언어로 제공되며 2만여명에 달하는 강사가 학생들의 효과적인 학습을 지원한다. 매년 네트워크 기술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3만여개의 구인구직 정보가 있는 사이트를 별도로 운영한다. 시스코네트워킹아카데미를 수료한 수강생 50% 이상이 새 직장을 얻었다.

리사이클뱅크는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대표적인 공유가치창출(CSV) 성공 사례로 떠올랐다. ‘기업+협력회사+고객+지역사회+국가인류’의 이해관계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활동이다. 시스코네트워킹아카데미는 기술로부터 소외된 지역과 계층에 기술교육을 제공, 회사가 진출하는 지역의 인적자원 풀을 구축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잘 교육된 소비자와 잠재된 인적 자원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지역은 시스코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며 해당 지역사회도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게 된다.

CSV 성공 공통점은 입소문 마케팅

CSV 성공 사례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해관계자가 입소문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입소문 마케팅은 ‘공감’을 통해 스스로 진화한다. 타깃마케팅에서 원투원(One to One) 공감 마케팅으로의 전환은 ‘감성’을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만들었다. 이제 고객은 광고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을 결정하는 소비의 주체다. 고객의 감성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리사이클뱅크는 ‘지구환경보전’이란 스토리가 있다. 스토리는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을 실천하게끔 만드는 힘이 있다.

시스코네트워킹아카데미는 ‘IT 전문가로서의 꿈’이라는 스토리가 있다.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으리라는 꿈을 꾸게 만든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이익까지 제시하면 소비자는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내가 노력한 만큼의 재활용분리 쓰레기로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다면 약간의 수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감성’과 더불어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지속적 체험’이다. 지식은 머리로 아는 것이지만 지혜는 몸으로 습득한다. 체험은 가장 높은 단계의 마케팅소통 방법이다. 화장품 샘플을 주거나 무료택배로 배달된 운동기구를 1주일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최근에는 자동차까지도 체험을 통해 판매한다.

그런데 체험에서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일시적 체험으로는 소비자의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 겨울철 김치 담그기 지원 같은 이벤트성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효용성이 떨어지는 이유이다. 시스코네트워킹아카데미는 4개월에서 1년까지의 교육기간 중에 프로그램을 체험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스토리’는 ‘체험’으로 연결되고 ‘지속적 체험’은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감성·지속적 체험 통해 소통해야

원투원(One to One) 공감마케팅 시대의 CSV 경영 추진은 브랜딩에 성패가 달려 있다. 브랜딩이란 ‘잠재고객(소비자)을 고객(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브랜딩의 5가지 단계 중 첫 번째는 ‘인지’의 단계다. 우선은 많이 알아야 한다. 홍보나 의도적인 광고 혹은 SNS 마케팅도 필요하다.

두 번째는 ‘연상’의 단계다. 알고는 있지만 무엇을 연상하는지가 중요하다. 항상 긍정적인 연상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는 ‘기억’ 단계다. 좋은 연상이 돼도 지속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금방 잊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하게끔 만든다.

네 번째는 ‘태도’의 단계다. 혹 실수가 있어 누군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더라고 ‘내가 아는데 그렇지 않아’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동’의 단계가 있다. 그렇게 우호적인 태도가 형성되면 지갑을 열고 행동에 나선다. 브랜딩이 잘되기 위해서는 단계별로 어떤 활동을 통해 이를 촉진할 것이지를 결정해야 한다. 단계별 추진 내용은 달라질 수 있지만 모든 단계에 걸쳐 고려해야 할 중요한 콘셉트는 ‘공감’이다. ‘공감’은 ‘감성’과 ‘지속적체험’을 창출하는 원동력이다.

CSV 경영은 전사적인 활동이다. 모든 임직원이 참가하며 모든 업무가 해당된다. 하지만 어떤 활동은 성과가 높고 어떤 활동은 그렇지 못하다. CSV 경영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업 특성에 맞는 일관성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 또 그 핵심적 활동에 ‘공감스토리’와 ‘지속적 체험’이 있다.

김길환 < 한국마케팅협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