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 "단순 상품 중개 벗어나 고부가 금융 제조업체로 증권업 패러다임 바꿀 것"

입력 2014-05-23 07:00
Cover Story - KDB대우증권

유일한 탈출구는 해외 진출
선진시장선 자기자본투자 확대…신흥국 거점은 종합증권사 육성

리스트럭처링에 초점
소매 경쟁력 강화 기회 만들 것…조직 개편·비용 절감은 꾸준히

판교·송도서 '점포 혁신' 실험
직원 3~4명 소점포 6월 개설…상권 특성 반영한 다변화 시도


[ 이상열 기자 ]
“저성장과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국내 시장을 고려할 때 내수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만으로는 이익을 늘리기 어렵습니다. 대우증권은 해외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한계를 극복하려고 합니다.”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58·사진)은 국내 증권사에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국내 증권산업의 구조적 불황을 극복하고 남는 인력을 재배치할 수 있는 탈출구는 해외밖에 없다”고 설명할 때는 절박함마저 느껴졌다. 경쟁사들이 영업환경 악화와 실적 부진으로 잇따라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서는 상황에서 김 사장은 해외 진출을 돌파구로 택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기자본투자(PI) 확대와 금융상품 제조 역량을 강화해 회사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에 전력하겠다고 했다.

▷최근 희망퇴직 등 증권업계 구조조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현재 증권업계 구조조정은 생존을 위한 측면이 강합니다. 하지만 이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점포와 인력을 줄이면 이로 인한 고객 이탈이 불가피합니다. 대우증권은 이런 업계 구조조정을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리테일(소매)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생각입니다.”

▷대우증권은 구조조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건가요.

“120개가 넘던 지점은 100개 수준으로 수년간 꾸준히 줄였습니다. 점포 규모도 기능에 따라 탄력적으로 가져가는 등 상시적으로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하고 있습니다. 조직 개편이나 비용 절감을 통한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연간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직원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기 위해 노조 및 직원들과 심도있게 논의 중입니다. 임원 퇴직금 누진제는 올초에 이미 폐지했고요.”

▷작년 적자였던 실적이 1분기에 크게 개선됐습니다.

“시장 침체에도 경쟁사에 비해 고객 자산과 신규 고객이 늘어나면서 리테일 실적이 좋아졌습니다. 전통적으로 강했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점유율도 올랐고요. 여기에 유가증권운용수익도 늘었습니다. 국내 채권은 시장이 횡보했지만 운용을 잘했고 해외채권은 커버리지(투자 대상)를 늘린 전략이 성공했습니다. 전사적 비용 절감 효과도 있었습니다.”

▷실적 호전이 계속될까요.

“거래대금 감소나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 증권업 관련 악재는 점차 개선되겠지만 이익개선 수준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내수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한다면요.”

▷그래서 해외 진출을 강화하는 것이군요.

“취임 후부터 추진해 온 지역별 특성에 맞는 해외 특화 전략을 지속해 나갈 겁니다. 뉴욕 런던 홍콩 등 ‘선진 시장형’ 거점에선 부동산, 부실채권(NPL) 등에 대한 PI를 특화시켜 국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 전초기지로 키울 겁니다. 인도네시아처럼 자체 성장동력이 큰 신흥국 거점에선 현지에 진출한 뒤 종합 증권사로 키워 나가고, 기타 미진출 국가에서는 딜 소싱(거래 물건 확보) 위주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입니다”

▷인도네시아나 몽골에서 신규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선 현지 한상기업 대상 사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인도네시아 관련 투자상품을 구해 국내 판매하는 사업도 해 볼 겁니다. 몽골에선 주식과 금융상품 거래를 희망하는 현지 고액자산가들이 늘고 있어 ‘한국형 자산관리’를 도입하려 합니다. 몽골 국채와 우량은행 채권을 국내에 가져다 팔거나 현지 인수합병(M&A)을 자문하는 사업도 전개할 계획이고요.”

▷국내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무엇인가요.

“고객에게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천편일률적인 점포 규모를 상권 등을 반영해 다변화하는 ‘점포 혁신’을 시도합니다. 요즘 신상권으로 뜨는 인천 송도와 경기도 판교에 직원 3~4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점포를 내달 처음 개설합니다. 서로 호환되지 않는 온라인(HTS)과 모바일(MTS) 거래시스템을 통합 개발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채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죠. 신규 수익원인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기업신용공여, 퇴직연금 등 사업을 확대하는 데도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데요.

“투자은행(IB)과 트레이딩 부문은 투자 여력이 확대되는 등 사업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신용공여 업무는 리스크관리 시스템 구축 등 준비가 필요하므로 점진적으로 늘릴 생각입니다. NCR이 개선되면 대형 IB 딜을 수행할 때 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단순한 인수 영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구조화상품 구성이나 유동화 업무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국내외 대체투자도 선제적으로 늘린 뒤 이를 금융상품으로 구조화해 기관 등에 판매할 생각입니다.”

▷대우증권의 미래상은 한마디로 무엇인가요.

“단순 중개 비즈니스를 하는 유통업체에서 탈피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종의 제조업체로 증권사의 패러다임을 바꿔보는 겁니다.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PI 투자를 늘리는 것도 궁극적으론 이 목표를 실현하는 방법입니다. 회사의 내부 금융상품 개발 역량을 강화해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필요하다면 고도의 금융기법도 과감하게 도입해 나갈 생각입니다.”

▷평소 강조하는 경영철학이 있다면.

“소통이 잘되는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소통을 통해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CEO와 함께 쇄신과 혁신을 이루어 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저의 경영 목표이자 철학입니다.”

글=이상열/사진=신경훈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