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 진다"…삼성전자 창의 프로젝트 첫 상용화

입력 2014-05-22 22:10
C랩 세번째 결과물 '히어로즈' 게임, 컴투스서 발매
1년반 동안 현업 벗어나 개발…창의력 발산의 場


[ 김현석 기자 ]
삼성전자 직원들이 함께 만든 게임이 게임업체 컴투스에 팔려 상용화된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북돋우기 위해 시작된 ‘크리에이티브랩(C랩)’의 3호 프로젝트로, C랩 결과물이 상용화된 건 처음이다.

게임은 삼성전자의 사업모델이 아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점차 확대되는 C랩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회사를 먹여살릴 만한 아이템까지 찾겠다는 원대한 구상을 갖고 있다.

◆“창의력 열정 마음껏 펼쳐라”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원규 책임연구원, 정용수 대리 등 직원 10여명이 만든 모바일 롤플레잉게임(RPG) ‘히어로즈 클래식’이 오는 30일부터 게임업체 컴투스를 통해 서비스된다. 정해진 시간에 최대한 많은 수의 괴물을 물리치는 액션 게임이다. 삼성전자가 만든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S-헬스’와도 연동된다. 컴투스는 현재 게임 오픈전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2012년 당시 무선사업부에서 스마트폰 플랫폼 개발(이 책임연구원), 상품기획(정 대리) 등 게임과 관계없는 일을 하던 이들은 사내 ‘C랩 과제 공모전’에 좋아하는 게임을 개발해보겠다는 아이디어를 낸다. 이 아이디어는 장애인용 안구마우스 ‘아이캔’(1호),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전거(2호) 등과 함께 채택됐다. 이들은 이후 지난 1년 반 동안 현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게임 개발에 매진해왔다. 시간과 공간, 예산 등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게임 개발 경험이 없던 이들은 컴투스가 발매할 수준의 게임까지 만들 수 있었다.

회사 측이 수익모델도 아닌 게임 개발을 지원한 것은 직원들이 평소 관심이 있던 게임을 만들며 숨어 있던 창의력과 열정을 활짝 펼치라는 의도에서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게임 판매로 발생한 수익은 사회공헌에 쓸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소 스마트폰 상품기획, 플랫폼 개발 등의 일을 하던 직원들이 게임에 대한 열정 하나로 뭉쳐 1년 반 동안 꿈을 현실화시켰다”며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본 임직원들이 현업으로 돌아가 창의적 문화를 확산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C랩, 창의력 축제의 장으로

C랩은 애플발 스마트폰 폭풍에 휘말려 위기에 빠졌던 삼성이 2011년 ‘군대식 제조 문화론 더 이상 안되겠다’며 실리콘밸리식 벤처 문화를 이식해 만든 프로젝트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낸 직원들에게 시간 공간 예산을 지원해 아이디어를 구현할 기회를 주는 식이다. 함께 일할 동료도 마음껏 뽑을 수 있으며, 성과를 내면 벤처사업가에 준하는 파격적 보상을 해준다. 삼성전자가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무버(선도자)’로 가기 위해 작은 씨앗을 뿌리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시작 3년 만에 C랩은 이제 하나의 문화, 축제로 자리잡았다. 27일엔 2014년 과제 선정을 위한 공모전이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다. 올해 공모엔 2000여명의 임직원이 1500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지난해 800여건에서 두 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이 중 예선을 거친 10여개 팀이 경영진과 임직원 등 500여명 앞에서 자신들의 혁신성, 창의성 등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슈퍼스타K’처럼 현장 평가를 받게 된다.

이처럼 C랩 과제 선정은 축제처럼 진행된다.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여는 해커톤(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프로그래머들이 모여 즐겁게 쉬지 않고 프로그래밍 실력을 겨루는 행사)과 비슷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휴대폰으로 향기를 분석하는 기능 개발 등 20여건의 C랩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