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인적쇄신 시동] "새 패러다임은 공정과 법치…대통령께 가감 없이 진언하겠다"

입력 2014-05-22 20:51
수정 2014-05-23 03:51
소신 밝힌 기자회견


[ 김주완 기자 ]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22일 “강력한 국가개조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는 이날 오후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뒤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 개인적인 삶을 모두 버리고 비정상적 관행의 제거와 부정부패 척결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기본을 바로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등장한 안 후보자의 어투는 단호했다. 그는 “초임 검사 때부터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평생을 살아왔다”며 “국무총리를 제게 맡긴 것은 수십년 적폐를 해소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대개조를 위해 언급한 적폐(積弊:오랫동안 쌓인 폐단과 부조리)라는 단어를 그대로 언급함으로써 청와대의 개혁의지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이 공공부문 개혁 등을 강조할 때 애용해왔던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표현도 간접적으로 채용하는 듯한 발언이 이어졌다.

안 후보자는 “비정상적인 관행을 뿌리까지 제거하지 못하면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인한 피해를 젊은 세대가 입는다”며 “국가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물질과 탐욕이 아닌 공정과 법치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만연한 물질만능주의와 탐욕은 국가와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강력 경고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는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각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을 진정으로 보좌하기 위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해 국가가 바른 길, 정상적인 길을 가도록 소신을 갖고 대통령께 가감 없이 진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자 특유의 강단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는 게 회견을 지켜본 정부 인사들의 전언이다.

총리 지명에 대해서는 “갑작스러운 총리 지명으로 당혹스럽고 제가 국가적 위기 상황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 두렵다”며 “저에게 국민과 국가에 봉사할 기회를 준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아직도 가족의 따뜻한 품으로 오길 바라는 실종자 가족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안 후보자는 이날 오전 청와대로부터 총리 내정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7시30분께 서울 용산에 있는 자신의 변호사사무실을 나서는 그의 모습은 차기 총리 지명자로서 상당한 중압감을 느낀 듯 피곤해보였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