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문화가 흐르는 산업단지

입력 2014-05-22 20:40
수정 2014-05-23 05:49
일터에만 머무르면 젊은이들 외면
즐거움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변신'

강남훈 < 산업단지공단 이사장 nhkang@kicox.or.kr >


서울디지털밸리에는 100개가 넘는 지식산업센터가 있고 약 1만2000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선 심심찮게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과거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오케스트라 합창단 길거리 공연 등 거창한 공연도 있고 지식산업센터 내 1층 로비에선 피아노 연주가 이어진다. 이들 중에는 60여명의 기업인이 모인 G밸리 CEO합창단도 있다. 이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라틴음악 등을 연습한다. 산업단지는 일만 하는 곳이 아니다. 음악이 있고 공연이 있다. 직원들이 스스로 밴드를 만들어 공연하는가 하면 지난해 주안에선 탭댄스 공연이 벌어져 근로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시화산업단지에선 ‘사물 재즈와 판소리’가 공연됐고, 남동산업단지에선 ‘조은퓨전앙상블과 함께하는 음악여행’, 천안외국인투자산업단지의 ‘세계 비보이 챔피언 익스트림 크루쇼’, 군산의 ‘퓨전타악연주’ 등이 열리기도 했다. 클래식 공연도 이어진다. 오페라 갈라콘서트가 열리는가 하면 무반주 중창인 아카펠라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기업들이 모여있는 산업단지는 ‘일터’다. 하지만 일터에만 머물면 젊은이들이 오지 않는다. 산업단지 내 많은 중소기업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도 ‘즐기는 문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산업단지는 일터인 동시에 ‘즐김터’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갖가지 방안이 시행되고 있다.

산업단지를 칙칙한 공장의 집합소가 아니라 음악과 퍼포먼스가 있는 다채로운 문화공간으로 바꿔 젊은이들이 몰려오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문화 예술 공간도 확충해야 한다. 서울디지털단지에 산·학·연·관 혁신전문가 37명이 참여하는 ‘창의·혁신 정책포럼’을 최근 구성한 이유 중 하나도 이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것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산업단지에 문화가 흘러넘쳐야 한다.

일부 기업인과 음악인은 산업단지를 배경으로 창작뮤지컬을 기획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뉴욕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세계적인 뮤지컬로 성공했듯 한국의 산업단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이 히트한다면 단지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땀 흘려 일한 뒤 기타를 배우고 노래를 부르며 합창한다면 근로자들의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질 것이다.

강남훈 < 산업단지공단 이사장 nhkang@kicox.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