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혁현 기자 ] 겨울 의류 소재를 생산하는 태평양물산이 초여름에 상승랠리를 펼치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태평양물산 주가는 전통적으로 겨울시즌을 앞두고 강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22일 주식시장에서 태평양물산 주가는 오후 2시15분 현재 전날보다 70원(1.57%) 오른 4525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4540원까지 올라 연중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태평양물산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기관투자가들이다. 기관은 지난 13일부터 전날까지 7거래일 동안 태평양물산 주식 6188억원어치를 쓸어 담았다. 같은 기간 태평양물산 주가는 20일 단 하루를 제외하고 계속 올랐다. 열흘 새 태평양물산 주가는 27% 넘게 급등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태평양물산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태평양물산의 1분기 영업이익은 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매출도 1696억원으로 22% 증가했다.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사업과 우모사업의 고른 성장,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OEM(매출 비중 60%)과 우모사업(37%)은 태평양물산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태평양물산은 최근 몇 년 동안 OEM 사업부문의 인수·합병(M&A) 및 증설로 매출은 증가했으나 이익률이 낮아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다. 우모사업부문도 거위·오리털을 소재로 하는 아웃도어 및 침구류 수요 증대로 매출이 늘었지만 원재료 재고 확보를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해 이익 규모가 크지 않았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태평양물산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바이어 선별작업 체계화, 우모 공급업자와의 전략적 협상, 정책자금 조달을 통한 금융비용 절감 등의 노력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태평양물산의 실적 개선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우모사업부문의 초과 수주가 이어지고 있고,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적 개선세와 더불어 태평양물산의 발목을 잡았던 오버행 이슈(대규모 물량 부담)도 해소돼 주가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 연구원은 "2012년 발행된 1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워런트)은 지난해 11월부터 보통주로의 전환이 시작돼 전환 가능물량은 대부분 소진됐다"며 "단기적 수급 관련 악재가 일단락 됐고, 실적 턴어라운드의 출발점에 서 있는 만큼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