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사자성어 고장난명 [孤掌難鳴]의 풀이입니다. 이 말은 일반적인 비유어로 쓰일 때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한다. 협력하면 못 할 게 없다”고 해석합니다.
반면, 좋지 않는 상황의 비유어로도 쓰일 때도 있습니다. 예컨대 싸움이 생긴 원인을 두고 어느 한 쪽이 오리발을 내밀 때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저 X이 시비를 걸었다)이지요.
고장난명은 원전이 한비자 [韓非子]의 공명 [功名]편에 나오는 “일수독박, 수질무성 [一手獨拍, 雖疾無聲 = 한 손으로 홀로 쳐서는 아무리 빠르게 한다 하더라도 소리가 없다]로 알려졌습니다. 후대에 이르러 이를 줄여 ‘고장난명’이라고 했다는 얘깁니다.
아무튼 우리나라 중추인 2040세대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이 사자성어를 2014년 6월 13일~7월 14일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보내는 ‘응원 메시지’로 채택했습니다.
[공모전 전문미디어 씽굿과 취업·경력관리 포털 스카우트가 함께 국내 대학생 및 직장인 571을 대상으로 이달 7~16일 ‘브라질 월드컵 예상도’ 주제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참가한 2040세대들은 33.8%가 구자철 주장을 비롯한 국가대표팀에 고장난명을 응원 메시지로 지지해 1위에 올렸습니다. 이들은 “그라운드에 나선 11명이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면 넘지 못한 산이 없다”고 강력한 주문을 내놓은 거지요.
2040세대들은 2위 메시지로 건곤일척 [乾坤一擲=흥망 성패를 걸고 단판싸움을 함, 22.9%]을, 3위 배수지진 [背水之陣 = 필승을 위하여 목숨을 걸고 싸움, 15.9%]을 지적했습니다.
설문응답자들은 이밖에 멸사봉공 [滅私奉公 = 사를 버리고 공을 위하여 힘써 일함, 13.5%] 금의환향 [錦衣還鄕 = 출세하여 고향에 돌아옴, 7.5%] 신출귀몰 [神出鬼沒 = 자유자재로 출몰하여 그 변화를 헤아릴 수 없음, 6.0%]라는 메시지를 축구국가대표팀에 보냈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2040세대들은 이처럼 축구 국가대표팀에 파이팅을 기원하면서도 기대 및 예상 성적에 대해선 낙관적이지 않는 대답을 내놓은 게 이색적입니다.
전체 응답자의 가장 높은 비율인 44%가 ‘16강 진출 실패’를 꼽았습니다. 반면 응답자의 28.6%만이 ‘16강 진출 성공’을 예측했습니다.
그 외 ‘8강 진출에서 실패’를 예상한 응답자가 17.2%, ‘8강 진출까지 성공’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7.7%, ‘4강 이상’을 선택한 응답자는 2.6%로 집계됐습니다.
설문을 진행한 씽굿 관계자는 대표팀에 대한 예상 성적이 이처럼 부정적인 것과 관련, “2002년 이후 줄곧 기대를 모아온 국가대표팀 전력에 비해 올해 국가대표팀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한국시간으로 주로 새벽에 열리는 대표팀 경기에 대한 거리응원 참가계획을 묻는 질문에 38.7%가 “그렇다” (반드시 참가할 생각이다 13.5%, 가급적 참가할 생각이다 25.2%)고 답했습니다.
나머지는 ‘상황을 보아 참가할 수도 안할 수도 있다’ (40.5%)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15.4%)와 ‘참여하지 않겠다’ (5.4%)입니다.
2040 설문응답자들은 이번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현재의 신뢰도에 대해선 짠 점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전체 응답자에서 가장 많은 28.2%가 C학점을 줬습니다.
이어 B학점의 비율이 27.5%, A학점 21.5%, D학점 14.4%이고 심지어 F학점도 8.4%나 됐습니다. 씽굿 관계자는 “우리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우려감에 조금 더 무게감이 실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짜릿한 골맛을 볼 주인공은 누가 될까? 가장 기대되는 골잡이를 묻는 질문에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손홍민이 27.5%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네요.
2, 3위로는 언제든 ‘한방’을 가진 지동원 (18.7%)과 주장 구자철 (18.0%)이 올랐습니다. 홍명보 감독의 큰 신뢰를 받는 스트라이크 박주영은 16.3%로 4위에 그친 게 눈길을 끕니다.
2040세대는 역대 월드컵에서 사용한 우리 대표팀에 대한 응원 슬로건 가운데 ‘승리의 함성, 하나 된 한국’을 1위로 지목했습니다. 이들은 또 4강 신화를 이루었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붉은악마 카드섹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로 이탈리아전의 ‘AGAIN 1966’을 들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