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명 퇴직·이동…사기 떨어진 임직원 챙겨
이건희 회장 입원 중 경영행보 관심 집중
[ 김현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최근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을 마친 삼성생명 임직원들을 만나 “생명은 삼성의 핵심회사”라며 격려했다. ‘삼성의 금융업 육성 의지가 예전 같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주 서울 강남 모처에서 삼성생명 서울 지역 영업단장(부장급) 등 현장 간부 10여명을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등도 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은 그룹 내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회사”라며 “앞으로 생명보험사업은 핵심인력 위주로 운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은 지난 16일 직원 1000명을 자회사·계열사로 이동시키거나 퇴직시켰다. 전체 임직원 6700명 중 15%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이번 구조조정이 사원·대리급 위주로 이뤄지면서, 그룹 차원에서 보험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금리 하락으로 자산운용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역마진이 발생하는 등 사업구조가 악화돼 임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진 상태다. 삼성생명의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주기로 한 금리는 5.26%지만 운용수익률은 4.35%에 그친다.
이 부회장의 이날 발언에 비춰 앞으로 삼성생명이 설계사 조직을 정예 위주로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전망했다. 이 부회장은 이른바 ‘대량 모집, 대량 탈락’ 방식으로 설계사 조직을 운용해온 건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는 설계사를 대규모로 모집해 지인 위주로 보험을 팔게 한 뒤, 반 년 정도 지나 실적이 떨어지면 퇴출시키던 관행이 있었다. 삼성생명이 올해 경영방침을 ‘질적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로 정한 것도 이런 관행을 바로잡자는 취지였다.
삼성 관계자는 “간담회가 당초 이건희 회장 입원 전에 잡혀 연기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 부회장이 직접 참석해 금융업을 계속 핵심사업으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