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新밀월'…4000억弗 가스 공급계약

입력 2014-05-21 21:18
수정 2014-05-22 03:49
가즈프롬, 2018년부터 30년간
中, 환경 챙기고 美견제 '카드'


[ 김보라 기자 ] 중국과 러시아가 10년 넘게 끌어온 대규모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이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러시아는 2018년부터 30년간 중국에 연 380㎥의 천연가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 천연가스 소비량의 23%, 가즈프롬 수출량의 16%에 달하는 양이다. 정확한 계약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4000억달러(약 410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정상회의(CICA)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를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천연가스 공급 문제를 논의했다. 협상 초반에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정을 넘겨 새벽 4시께 전격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간 끌어오던 중국과 러시아의 가스 도입 계약이 급물살을 탄 건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부터다.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유럽과 미국의 제재가 심화되자 러시아는 경제협력 파트너로 중국을 택했다. 이날 협상 타결 소식에 가즈프롬 주가는 2% 이상 상승했다. 알렉세이 밀러 가즈프롬 최고경영자(CEO)는 “대규모 공급 계약이 마무리됐고,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스모그 등 석탄연료 사용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천연가스 도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국군의 스파이 혐의 기소 등 미국과 정치적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는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최근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합동군사훈련 공동 참석 등으로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중·러 관계가 최고에 달한 시기”라고 평가했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은 주요 국제문제에 대해 비슷하거나 똑같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