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 회장-이건호 국민은행장
'갈등의 골' 깊어지는 KB
은행·지주 내홍…금감원 특검
李 "잘못된 정보로 오판 문제"…林 "교체 결정은 효율적 판단"
전산사업 입찰엔 한 곳 참가전산 교체
[ 김일규 기자 ]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촉발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임 회장은 “이사회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 행장은 “의혹은 모두 풀고 가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에 이어 지난 20일에는 KB금융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국민은행은 이사회 결정에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사외이사들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 행장 “감사보고 거부는 안돼”
이 행장은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제의 본질은 사외이사들이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의 감사보고를 받는 것 자체를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감사는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의 근거가 된 자료에 왜곡·누락된 내용이 있다는 감사의견서를 제출하려 했으나 거절당했다.
이 행장은 “이사회 결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며 “잘못된 내용을 바탕으로 결정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주사 문제도 거론했다. 이사회 소집 전날인 지난 18일 윤웅원 지주사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은 ‘전산 교체에 대해 문제삼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은행에 보냈다. 김재열 지주사 전무(최고정보책임자·CIO)는 19일 “은행 감사가 이사회를 무력화시킨다”며 보도자료를 냈다. 이 행장은 “지주사 임원이 은행 감사가 발견한 문제에 대해 문제삼지 말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지금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감독당국에 보고서가 올라가면 문제가 제기될 만한 부분이 발견돼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것”이라며 “전산 교체 작업이 미뤄지더라도 감사 결과 제기된 의혹은 모두 풀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 “이사회 결정 존중돼야”
임 회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에서 결정된 일은 존중돼야 하고, 은행을 책임지는 최고책임자인 CEO는 이사회 결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행장과 정 감사가 이사회 결정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이번 일을 금감원에 덜컥 보고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임 회장은 “전산시스템 변경 문제는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가 됐을 텐데, 그 결과를 갖고 외부기관(금감원)에 (검사를) 의뢰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그러나 “이번 건은 은행과 이사회 간 문제이지 회장하고 행장 간 문제는 아니다”고 말해 이 행장과의 갈등설을 부인했다. 또 “은행장이 현명하게 이사회와 협의해 잘 해결하리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주사 내부 기류는 강경하다. 김 지주사 전무는 “전산 교체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한 IBM 대표가 이 행장에게 사적으로 보낸 메일을 근거로 이 행장이 공식 절차 없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이라며 “전산 교체 결정은 정보기술(IT) 운영의 효율화 차원에서 한 전략적 경영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은행이 이날 전산교체 사업 입찰 제안서를 마감한 결과 SK C&C만 단독 입찰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