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의료시장 공략 나서는 日…미쓰비시, 필리핀에 병원 10개 짓는다

입력 2014-05-21 21:02
수정 2014-05-22 04:07
뉴스 & 분석

300억엔 투자 2015년부터 6년간
장비 수출·단순 출자 벗어나
건설부터 운영까지 일괄 공급


[ 도쿄=서정환 기자 ] 일본이 아시아 의료시장 공략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상사는 2015년부터 6년간 필리핀에 10개 병원을 짓기로 했다. 총사업비는 300억엔(약 3000억원)으로, 일본의 정부개발원조(ODA)를 수행하는 일본국제협력기구(JICA)가 최대 70%까지 자금을 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동안 일본 기업들이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 등 의료 기기를 팔거나 의료기관에 단순 출자한 적은 있지만 병원 건설에서 장비 공급, 운영까지 일괄 공급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상사는 필리핀 현지 의료기관과 병원을 건설·운영하는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JICA가 병원 수요조사 등을 거쳐 후보지를 결정하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착공에 들어간다. 병원은 병상 50~150개의 중소형 규모를 염두에 두고 있다. 병원 경영은 현지 의료기관이 맡으며 시설이나 의료기기를 리스해 수익을 회수한다. 미쓰비시상사는 일본에서도 10개 이상의 병원을 설계한 경험이 있어 병원 건물과 장비 배치 등에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쓰비시상사는 일본 의사와 간호사를 현지 병원에 파견, 최신 기술을 이용한 수술법과 간호법 등도 전수할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필리핀에서 실적을 쌓아 다른 동남아 국가로의 진출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쓰비시상사뿐 아니라 다른 일본 기업들도 아시아 의료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보안업체 세콤은 도요타통상, 인도 대기업 등과 합작으로 지난 3월 인도 방갈로르에 종합병원을 개원했다. 미쓰이물산은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아시아 최대 의료그룹인 IHH헬스케어에 2011년 지분을 출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아시아 의료시장은 1조3000억달러로 5년 전에 비해 92% 증가했다. 2015년에는 1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시아 인구가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데다 소득 향상으로 의료 관련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성장전략’을 발표하면서 2020년 의료 기술·서비스 수출을 현재의 세 배인 1조5000억엔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