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국가개조] "규제가 약자 보호?…골목상권 규제가 소상공인 기회 빼앗아"

입력 2014-05-21 20:37
수정 2014-05-22 04:16
브루스 벤슨 플로리다大 석좌교수 '쓴소리'

세월호 참사의 발단도 규제
항로 독점했던 청해진해운, 안전성 높일 유인 없어

한국 규제완화 노력 긍정적
재산권 보장·정부간섭 축소…한국경제 도약 계기될 것


[ 마지혜 기자 ]
“규제는 경쟁을 제한합니다. 시장에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의 기회를 빼앗아 이미 시장에 들어와 있는 기득권을 보호합니다.”

브루스 벤슨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석좌교수는 21일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이 주최한 ‘국회의 과잉입법 행태와 경제자유의 위기’ 세미나에서 강연을 마친 뒤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의회의 과잉입법과 그로 인한 재산권 침해 문제를 주도적으로 연구해 2006년 미 기업경제학회(National Association for Business Economics)로부터 ‘애덤 스미스상’을 받는 등 공공선택이론과 법경제학 분야에서 저명한 석학이다.

○규제로 경제적 약자 보호 어렵다

벤슨 교수는 이날 과잉 규제를 ‘공해’에 비유하면서 최근 한국 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많은 연구결과가 규제 완화와 사유재산권 보장, 정부의 권한 축소가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며 “규제 개혁은 한국 경제가 한 차례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아무도 특권을 누리거나 배제되는 일 없이 모두가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보장하자는 게 규제 완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벤슨 교수는 하지만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각종 규제 법률을 만드는 한국 입법부에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중소기업이나 골목상권을 보호하려면 대기업의 사업권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규제를 만들면 사업을 시작하는 데 드는 비용 등 진입장벽이 높아져 오히려 소상공인들의 사업기회만 사라질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부분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우선 사업을 시작하려면 정부로부터 인증이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허가를 받는 데 필요한 기준들을 충족시키려면 법률 자문, 환경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영향 조사 등이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이 비용입니다. 이런 진입규제가 있으면 비용 부담 능력이 떨어지는 소상공인들은 결국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죠. 그 자리를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나 사업권을 갖고 있는 기존 기업들이 차지하게 될 겁니다.”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규제가 당초 취지와 달리 오히려 약자를 시장 밖으로 내모는 결과로 귀착된다는 얘기다.

○최고의 규제는 ‘경쟁’

최저임금 인상도 규제의 역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벤슨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대형 노조들이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보장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최저임금 수준을 높이는 규제를 만들라고 입법기관에 로비를 한다”며 “하지만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노조원만 혜택을 보고 비노조 저임금 노동자는 오히려 손해를 본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정규직 노동의 대체재 가격이 비싸져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수요가 줄고, 한편으로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감당할 수 없는 소규모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

지난달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과 환경 등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려는 움직임에도 경계감을 표시했다. 벤슨 교수는 “청해진해운이 인천~제주 간 항로를 독점 소유할 수 있었던 건 신규 사업자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았기 때문”이라며 “경쟁이 없으니 해운사가 안전성과 서비스의 질을 높일 유인이 없었던 게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강화는 해결책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최고의 규제 수단은 경쟁”이라고 강조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