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규 기자 ] “사외이사가 회사 경영진에 ‘포섭’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기업정책실장)
금융지주사 체제가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데는 ‘거수기’ 사외이사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못하는 데 있다. 대부분 지주사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는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돼 있다. 사외이사를 사실상 경영진이 뽑는 셈이다. 선임 과정부터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이렇게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긴 어렵다는 게 금융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뽑힌 사람이 뽑아준 사람을 모른 체 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CEO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외이사 후보 중 최소 한 명은 사추위 위원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추천받도록 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유착해 ‘그림자 권력’으로 행세하거나 경영진을 궁지에 모는 경우도 있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외이사들도 함께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며 “이사회 참석자 전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지금 같은 보신주의 문화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