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 도쿄 특파원 ceoseo@hankyung.com
[ 서정환 기자 ]
“친구는 선택할 수 있지만 이웃은 (싫다고) 도망칠 수 없습니다.”
일본 아소시멘트의 아소 유타카 사장은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도쿄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지난 1년간의 활동 등에 대한 경과보고를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한·일 역사와 관련해 망언을 일삼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의 친동생이다. 경과보고를 짧게 끝낸 아소 사장은 바로 한·일 고교생 교류 현장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2박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헤어지는 순간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고교생들을 보면서 양국 간 뜨거운 우애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인접한 두 나라가 싫다고 떨어질 순 없는 일”이라고 했다.
닷새 뒤 다른 장소에서도 같은 맥락의 얘기가 나왔다.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비슷한 일본 게이단렌의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의 퇴임 전 마지막 기자회견 장소에서였다. 요네쿠라 회장은 “중국과 한국은 이웃 국가이므로 (관계가 악화했다고) 도망칠 수는 없다”며 “경제 교류 증진으로 정치적 관계가 호전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요네쿠라 회장은 2008년 한·일 정상회담과 함께 중단된 한·일 재계회의를 다시 열자는 전경련 요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인물이다.
일본 재계에 머물던 ‘한·일 한랭전선’ 세력이 점차 약화되고 양국 경제협력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내달 차기 게이단렌 회장으로 취임하는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도레이 회장은 친한파로 알려져 있다. 전경련은 사카키바라 회장 취임으로 한동안 뜸했던 양국 재계의 교류가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카키바라 회장은 지난주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만나 “한·일 재계회의 재개를 위해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런 재계 분위기와 달리 일본 곳곳에선 여전히 양국 사이 깊은 감정의 골을 확인할 수 있다.
서점가에는 반한(反韓)서적 코너가 늘고 있고, 2~3년 전까지 북적이던 ‘한류 성지’ 도쿄 신오쿠보는 그저 그런 상권으로 전락했다. 재계의 훈풍이 확산돼 신오쿠보가 다시 일본 젊은이들로 넘쳐나길 바라는 건 무리일까.
서정환 도쿄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