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선진국이 되자 (上) G20국가 중 꼴찌 수준
배당은 '마법의 탄환'
삼성전자 배당률 1%P 올리면 애플·인텔 수준까지 PER ↑
"대주주가 큰 돈 챙기는 기회"
反기업 정서, 배당 인색 한몫…'저성장 탈출' 글로벌社는 늘려
[ 김동욱 / 이고운 기자 ]
한국 상장기업들의 배당수익률(2013년 1.1%)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 상장사의 배당수익률을 대만(2.75%)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코스피지수 2500선까지 상승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12조원이 넘는 경기부양 효과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배당률 1%포인트↑…코스피 300 상승
배당 확대는 증시 활성화란 목표를 비껴가지 않을 ‘마법의 탄환’으로 불린다. 배당할인모형(DDM)에 근거해 배당수익률을 현재의 1.1%에서 대만 수준인 2.75%로 높여 계산할 경우 적정 코스피지수는 현재의 2000선에서 15%가량 높아지는 2300선에 이른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배당수익률을 대만 수준으로 높이면 한국 증시 주가수익비율(PER)도 현재의 10배 안팎에서 대만 수준인 12배까지 20% 정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코스피지수 2400~2500선에 다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배당수익률을 1%포인트 올릴 때마다 8조원의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병호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작년 국내 상장사 총 배당금액은 13조원가량으로 이 중 외국인 몫(34%)을 빼면 8조원이 국내 투자자에게 지급됐다”며 “배당을 1%포인트 늘릴 때마다 8조원을 경기부양을 위해 푸는 것과 같은 만큼 대만 수준으로 배당률을 높이면 12조원을 푸는 것과 같다”고 했다.
작년 2조1569억원을 배당한 삼성전자와 5344억원을 배당한 현대차가 시가배당률을 현재의 0.97%, 0.9%에서 1%포인트 올릴 경우 해당 종목 주가가 최대 40%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배당률을 높이면 기업가치 할인(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되면서 삼성전자의 경우 PER이 현재 6.9배에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경쟁기업 수준(12~13배) 근처까지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봤다.
투자자금 유인하는 촉매로 활용해야
한국 증시 상장사들이 그동안 낮은 배당수익률을 보였던 것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한국 기업의 주력사업 경기 순환 폭이 큰 데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의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저배당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대주주가 부당이익을 챙기는 식으로 배당을 바라본 사회 일각의 편향적 시각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선 애플을 필두로 한 주요 업체들이 적극적인 배당정책으로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23일 400억달러(약 42조9800억원)를 배당하겠다고 발표했다. 적극적인 배당정책 발표 이후 애플 주가는 8% 이상 뛰었다. 퀄컴도 올 3월에 배당 규모를 20%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박병호 리서치본부장은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우리 기업들이 과감하게 배당을 늘려 저성장의 함정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외국계 증권사의 ‘일침’…“한국의 낮은 배당이 외국인 장기투자 꺼리게 해”
“장기 투자자에게 대만과 한국 중 투자지역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상당수는 대만을 택할 것.” 박찬익 바클레이즈캐피탈증권 서울지점 전무의 말이다. 이유는 한국 기업의 배당 성향이 세계에서 가장 낮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숀 코크란 CLSA코리아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증시에 과감하게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낮은 배당률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영호 JP모간 리서치센터장은 “성장성이 떨어지는 한국 기업들이 배당을 안 주기로 유명한 일본보다 배당에 더 짠 것은 문제”라며 “배당 성향이 낮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시장 장기투자를 꺼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한 UBS증권 연구원은 ‘누가 한국 증시 배당률을 높일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한국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재평가받기 위해서는 고배당이란 처방이 필요하다”며 “실제 삼성생명보험, 에쓰오일, 한국비스테온공조 등 한국의 고배당 종목은 같은 업종 내 다른 종목보다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