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발표한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를 계기로 과연 정부 출범후 맞은 최대 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멈춰선 통일대박론,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공기업 개혁, 규제혁파 등 집권 2년차 정부의 핵심과제들의 추진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날 담화가 어떻게 민심에 다가서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전 국정지지율이 대선득표율을 크게 웃도는 60% 이상에서 선전하던 박근혜 정부는 예기치 못한 참사의 대처과정에서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내며 사실상 국정의 엔진이 일시 정지되다시피한 상황을 한달여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왔다.
이에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진솔한 대국민 '직접 담화'와 뒤이은 대대적인 인적쇄신,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안마련 등을 통해 이번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국정운영을 재가동할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박 대통령은 이날 눈물까지 쏟으며 24분간의 담화를 읽어내려갔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TV로 생중계된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국가안전과 재난대응시스템 전반의 혁신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참사발생 34일째에 이뤄진 대국민사과와 향후 처방전 제시였다.
"사고 최종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는 구두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자책과 함께 관피아(관료+마피아)의 척결, 공직자 선발제도의 획기적 개선 약속 등이 담겼으며, 민관 진상조사위 구성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이 포함됐다.
특별법 제정은 희생자 가족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담화에 반영됐다.
또 구난에 실패한 해양경찰청의 해체와 국민안전을 지키는데 실패한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의 조직축소 등을 단행하고 안전관련 업무를 국가안전처로 일원화하겠다고 밝혀 상당폭의 정부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특히 안전행정부는 출범당시 '안전'을 모토로 내세웠던 박 대통령이 행정안전부의 이름을 바꿔가며 재탄생시킨 부처이고, 해양수산부는 이명박 전임 정부시절 폐지됐던 것을 부활시킨 것이어서 "제 발등을 찍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항간에서 거론됐던 다양한 요구들을 포괄적으로 담화에 담아내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저의 모든 명운을 걸 것"이라고 각오를 드러낸 것은 상당한 위기의식의 발로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구조에 실패한 해경은 물론 안행부의 사실상 해체를 통해 새로운 정부로 거듭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화에 담겼다"고 전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담화에 대해 "할 수 있는 한도에서는 다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날 담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성장을 우선시하는 경제·사회정책, 인간생명과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 무리한 정책이 사고의 원인이어서 이를 개혁해달라는게 국민요구인데 이에 대한 비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의 총체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청와대와 내각 전반 책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많은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진정한 위기 탈출 여부는 향후 담화에 이을 인적쇄신의 결과에 달렸다고 말한다.
누구를 정부에 포진시키냐에 따라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크게 추락한 만큼 개각을 통해 정부의 면모를 일신함으로써 새출발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다.
또 이를 위해서는 참신하고 소신있는 인사들의 파격적 중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적지않다.
새로운 인재들을 발탁해 이들에게 나라 전체를 탈바꿈시키는 막중한 과제, 즉 국가개조를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도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기간 단행한 청와대 민정비서관 인사 등 몇몇 고위직 인사에서 여전히 법조인 중용 등 과거 인사스타일을 탈피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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