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기 정치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을(乙)지로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서울 노원을)은 12일 “‘세월호 참사’ 역시 사회의 갑을 문제에서 잉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우 위원장은 “세월호 선장은 월급 270만원짜리 비정규직이다 보니 실질적인 지휘권을 갖고 있지 않았고 해상구조활동을 해야 하는 해경도 잠수 인력이 없어 민간 구난 업체 ‘언딘’에 하청을 줘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언딘에 소속된 민간 잠수사들도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였다”며 “ 기관이나 기업의 핵심 업무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을 고용하거나 하청을 줄 수 없도록 하는 규제 강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을지로(‘을을 지키는 길’의 줄임말)위원회가 출범 1주년을 맞았습니다. ‘남양유업 사태’로 ‘갑의 횡포’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당내 특위 형태로 설치된 이 위원회가 이렇게 오래 갈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요.
그러나 을지로위는 남양유업 사태를 두달만에 일단락짓고 이후 롯데그룹과 상생 협약, CU·세븐일레븐·미니스톱 분쟁 중재, 태광티브로드·인천공항공사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 등 30건에 달하는 ‘갑을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장방문, 사례발표, 토론회, 기자회견 등 공식 일정만 343차례 수행했으며 법률상담도 100건 지원했다고 을지로위원회 측은 밝혔지요.
최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영선 의원은 취임 후 기자회견 등에서 을지로위원회를 원내 공식기구로 격상시키는 한편 예산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 최고위원은 이날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을을 대표해 협상을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한 요구는 자체적으로 걸러내기도 한다”며 “이 때문에 분쟁이 타결된 사례들을 보면 을 뿐만 아니라 갑(기업)도 을지로위원회에 고마워한다”고 말했습니다.
을지로위원회는 앞으로 정책 입법 기능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학교 비정규직(약 40만명)의 정규직화, 생활임금제(최저임금 인상) 도입, 상가세입자 권리보장, ‘남양유업 방지법’(본사 측의 대리점에 대한 ‘물량 밀어내기’ 금지) 통과 등에 전력을 쏟겠다는 것이죠.
대형 이슈가 터질 때마다 우후죽순처럼 생겼다가 흐지부지되는 여타 국회 특위들과 달리 1년간 장수한 을지로위원회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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