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대기업 총수와 오너 일가족이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줄줄이 사퇴하면서 5억원 이상 보수 공개 의무화 제도가 '몸통'은 빠지고 깃털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재벌닷컴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1316개사(상장사 803개사와 비상장사 513개사)를 대상으로 등기임원 보수 지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임원 수는 현직 59명과 퇴직자 35명 등 모두 94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중 총수와 오너 일가족은 전체의 21.3%인 20명에 불과했다.
작년 연간 보수액이 300억원 안팎으로 1위에 오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4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다수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사퇴하면서 이번 보수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허동수 GS칼텍스 이사회 의장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도 이번 1분기 5억원 이상 보수 공개 대상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임원 보수 상위 1∼4위는 오너가 아닌 '월급쟁이' 임원들이 싹쓸이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보수는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급여 4억3200만원과 상여금 92억3200만원(설과 특별 상여금) 등 모두 96억6400만원으로 1위에 올랐다.
경청호 전 현대백화점 부회장은 올해 급여와 상여금은 2억400만원이었으나, 올해 정기주총에서 등기임원을 사임하면서 퇴직금으로 47억4800만원을 받아 보수총액이 49억9200만원을 기록해 2위였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퇴직금을 포함해 39억9600만원으로 3위에 올랐고, 김우진 전 LIG손해보험 부회장도 퇴직금 덕에 37억5200만원으로 4위였다.
오너 중에선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35억4400만원으로 가장 높은 5위에 올랐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28억4000만원으로 7위에 그쳤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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