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이 만드는 우유의 맛은 어떨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에서는 장인이 만들었다고 알려진 우유를 찾아내 맛보고 체험기를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원F&B의 덴마크우유 제품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해당 제품의 겉면에 적힌 특정 검수자의 제품이 더 맛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마니아층까지 생기고 있다는 것.
해당 소문은 덴마크우유 제품이 검수자에 따라서 우유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내용이다. 검수자가 '김현복'이라고 적혀 있는 우유의 맛이 더 진하고 달콤하다는 소문이 호응을 얻으면서 '우유장인'이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김현복 씨는 덴마크우유 생산 시설의 포장 검수인(오퍼레이터)으로 근무 중이다. 그러나 우유의 맛이나 품질 등 생산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동원F&B 측은 다소 조심스러워 하는 눈치다. 해당 제품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은 좋은 일이지만 특정인에게 지나친 관심이 쏠린다거나 제품 품질에 차이가 있다는 인식은 부담이 되기 때문.
회사 측은 "우유장인이라고 불리는 해당 검수자는 인터넷 상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상당히 난감해 하고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제품 품질이 다르다는 인식이 형성되는 것에 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유 생산은 기계 공정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사람이 임의로 개입하거나 할 수 없다"며 "검수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관련업계에서는 '덴마크우유 장인' 같은 현상이 생기는 배경을 제품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인 가운데 관심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중에서 유통·판매되는 우유팩 제품들에는 기본적으로 유통일자·제품성분·인증표시 등이 적혀있다. 서울우유의 경우에는 유일하게 제품 제조일자를 유통기한과 함께 병기하고 있다.
동원F&B나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유제품 판매업체의 우유팩에는 앞뒤로 제품 이미지와 상품평 등이 표기된다. 상단에는 유통기한, 하단에는 용량 및 주요 구성 성분이 명시된다.
측면에는 제품의 특성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나 공익목적의 프로모션 내용이 들어간다. 반대 측면에 가장 많은 정보가 표기되는데 구성성분과 비율, 살균 가공 정보, 영양성분, 각종 인증 등이 들어가 있다.
개별 제품들이 모두 다르지만 우유팩에 표기된 정보들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정보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도 생기고 있다. 우유장인 소문도 이 같은 요구가 반영된 현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유통되는 우유팩 제품은 소비자들의 취향에 가장 민감하게 변화하는 제품군 중 하나"라며 "선호하는 제품에 대한 구체적이고 색다른 정보를 원하는 현상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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