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9만명 신청…이자 2500억 깎아
승진·취업 땐 자격…1년간 5배 급증
[ 장창민 기자 ]
대기업에 다니는 김동찬 씨(35)는 지난해 말 한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로 3000만원을 빌렸다. 신용등급 3등급으로 연 5.4%(우대금리 포함) 금리를 적용받았다. 올 들어 김씨는 직장 내 정기 인사를 통해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연봉이 400만원가량 늘었다. 최근 거래 은행에 연봉이 올랐으니 금리 인하가 가능한지 물었고 곧바로 0.2%포인트를 깎아 줄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연 6만원의 이자를 덜 내게 된 것이다.
○은행, 금리인하 수용률 94.3%
연봉이 늘거나 신용등급이 올라가면서 은행에 이자를 낮춰달라고 요구해 혜택을 본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1년 새 은행에 금리를 내려달라고 해 아낀 이자만 2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14일 내놓은 ‘은행의 금리인하 요구권 운영 실적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작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은행에 접수된 금리인하 요구권은 총 9만286건(43조6000억원)에 달했다. 직전 같은 기간에 접수된 1만7801건(6조원)에 비해 건수는 407%, 금액으로는 626% 증가했다.
이 중 실제 이자를 깎아준 건수는 8만5178건(42조원)으로 직전 동기보다 각각 6만8572건(415%)과 37조원(731%) 급증했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이 2만6929건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2만1307건), 신한은행(1만3476건) 순이었다. 인하 대상이 된 대출금액은 외환은행이 13조507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은행(1789건, 4161억원)과 우리은행(835건, 4967억원)은 은행 덩치에 비해 다른 은행들보다 이자를 깎아준 건수나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금리인하 요구권을 수용한 것은 전체의 94.3%로 직전 동기(93.2%)보다 소폭 올랐다. 금리가 인하된 8만5178건의 평균 인하 수준은 0.6%포인트다. 이에 따른 이자 절감액은 연 2520억원으로 추정됐다.
○카드·캐피털사에도 요구 가능
금리인하 요구권은 개인 및 기업이 은행 등 금융회사에 대출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개인이 가계대출을 받은 경우 △취업 △승진 △소득 증가 △신용등급 개선 △전문자격증 취득 △우수고객 선정 △재산 증가 등 7가지 요건에 해당하면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기업은 △회사채 신용등급 상승 △재무상태 개선 △특허 취득 △담보 제공 등의 사안이 있을 때 가능하다.
금감원은 고객들이 금리인하 요구권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대출 통장에 명시하도록 하는 한편 모든 은행이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금리인하 요구권 제도를 운영하도록 올 상반기 중 관련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특히 제2금융권 금융회사에도 이자를 낮춰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알릴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신협·농협·수협 등 상호금융회사, 보험사, 카드사, 캐피털사 등에서도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 모범규준이 정비됐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