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시절 오히려 승승장구한 日 도요타처럼 원高에도 굳센 '도요타형 수출株' 찾아라

입력 2014-05-14 21:42
수정 2014-05-15 04:11
수출·생산지역 다변화 기업
'원화강세 = 주가하락' 공식 깨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선방'
中 비중 높은 LG화학 등 부진


[ 김동욱 / 강지연 기자 ]
원화강세가 지속되면서 환율 영향을 많이 받는 수출주 움직임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화값이 달러당 1050원 이상으로 오른 지난달 4일 이후 수출주 주가는 전반적으로 뒷걸음질쳤다. 다만 수출지역이 다변화돼 있고, 각국에 해외생산 기지를 갖춘 업체들은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거나 올랐다. 1990년대 엔화강세 시기에 해외생산, 수출 다변화 등으로 경쟁력을 오히려 키웠던 일본 도요타자동차처럼 환헤지 준비가 잘된 ‘도요타형 기업’의 가치가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요타형 수출주’ 어디?

한국경제신문이 14일 대신증권 우리투자증권과 함께 11개 주요 수출주의 지역별 매출 현황(2013년 말 기준)과 원화강세가 본격화된 지난달 8일 이후 주가 동향을 살펴본 결과 수출·생산지역 다변화 수준과 주가 간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값이 1050원을 돌파한 4월8일부터 이날까지 조사대상 11개 종목 중 주가가 오른 곳은 SK하이닉스(14.56%)와 삼성전자(1.51%) 두 종목뿐이었다. 삼성전자는 국내, 미주, 유럽, 중국, 기타 지역에 매출이 고르게 분산돼 있었다. SK하이닉스는 경기회복세가 뚜렷한 미국(36.7%)과 일본 및 신흥 아시아(26.5%) 지역 매출 비중이 높았다. 대신 국내(7.8%)와 중국(21.4%)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현대차(-4.43%), LG화학(-4.96%), 두산중공업(-5.01%), 삼성전기(-3.77%) 등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환율 영향을 크게 받았다. 국내(36.0%)와 중국(37.1%)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LG화학, 국내(40.0%)와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45.4%) 비중이 높은 금호석유도 부진했다. 비슷한 낙폭을 보인 삼성전기도 국내(45.0%)와 중국(34.2%) 의존도가 컸다.

○심리적 부담 남아있는 자동차주

자동차주는 생산지역 다각화와 수출지역 다변화가 비교적 잘 이뤄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환율 우려가 크게 작동했다. 현대차는 미국 중국 인도 터키 브라질 등에서 전체 매출의 52.2%가 발생하고 있다. 기아차도 미국과 중국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전체 생산의 43.5%를 담당하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국내 생산 수출물량 24.7% 중 20%는 원재료 환헤지를 하고 30%는 결제통화 다변화로 대응하고 있다”며 “환율 위험요인이 적어지고 있지만 투자자 우려와 선입견이 다소 강하게 남아있는 편”이라고 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이 수출주에 미친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2분기 실적이 나오는 가을께까지는 주요 동향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동욱/강지연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