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과실치사죄·재산압류' 가능할까

입력 2014-05-14 21:22
수정 2014-11-24 10:03
檢, 16일 소환…처벌 수위 놓고 법리 논쟁 예고

'청해진' 경영개입 정황 포착
증축 등 지시 입증이 관건

재산은 대부분 차명 가능성
'범죄수익' 환수 쉽지 않을 듯


[ 정소람 기자 ]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16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진)의 소환을 통보함에 따라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죄로 기소하고 횡령 배임 등 불법 경영에 대한 책임을 함께 묻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법리 등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형사책임 입증 정도에 따라 피해배상을 위한 민사소송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논란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최근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죄목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죄는 업무상 부주의한 행위로 인해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했을 경우 적용하는 죄목이다. 본인이 직접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더라도 최고경영자에게 경영상 부주의 책임을 물은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당시 이준 대표에게 유지 관리상 과실과 붕괴 당일 인원 대피조치 미비에 책임이 있다며 징역 7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은 이미 그룹 내 ‘내부 조직도’에서 그가 ‘회장’ 직함으로 활동해왔고 사원번호도 부여받았음을 확인한 만큼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해상운송 전문 법무법인인 세창의 김현 대표변호사는 14일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증축 등 청해진해운 경영에 관여한 증거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보다 뚜렷한 ‘물증’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단순히 회사를 뒤에서 경영한 것뿐 아니라 세월호의 구입이나 화물 적재·운항 관리 등을 직접 지시하거나 현황을 보고받았다는 입증이 우선돼야 한다”며 “세월호 선장이 사고 당시 선박에서 여러 번 통화했는데 유 전 회장에게 이를 보고했다는 정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열사 불법 경영 행위에 대해서는 횡령, 배임, 조세 포탈, 외국환관리법 위반,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사 책임 공방도 잇따를 듯

검찰은 범죄 수익에 대해서는 철저히 환수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내부 고발자의 고발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의 재산이 대부분 차명으로 돼 있어 불법 재산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환수 금액은 은닉 재산을 얼마나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예컨대 전국에 걸쳐 있는 영농조합에 은닉 재산이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을 어느 정도 밝혀내느냐에 따라 환수 가능 금액이 백억원대에서 수천억원대까지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일반인의 제3자 명의 재산 추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김우중 추징법’의 법안 통과가 좌절된 만큼 차명 재산 추적 및 입증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민사 책임 공방도 잇따를 전망이다. 정부는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우선 보상한 뒤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해 구상금을 청구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 가운데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의 법인격을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사의 독립적인 법인격을 부인하는 ‘법인격 부인’ 법리를 적용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한규 서울변호사회 부회장은 “구상권 청구 가능성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형사 책임 입증 정도에 달렸다”며 “당사자 과실 여부에 따라 보험사의 보험금 규모도 달라지기 때문에 향후 검찰의 입증 정도에 따라 보험사들의 소송 제기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