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쯤 2013년 10월 경 국내 인터넷에서 ‘구글 번역기의 위엄’을 제목으로 한 식당 차림표 (메뉴판)를 찍은 사진 한 장이 큰 화제를 불렀습니다.
사진이 눈길을 끈 대목은 한자로 ‘肉膾’라고 쓰고 “유쾨”로 발음하는 ‘육회’ (사전적 의미=소의 살코기·간·처녑·양 등을 잘게 썰어 익히지 않은 상태로 갖은 양념한 음식)를 영어로 표기한 대목이 꼽혔습니다.
이를 한자로 六回, 즉 육회 (여섯 번) 쯤의 뜻인 ‘Six times’라고 잘 못 표기하고 있어서입니다. 이 글을 게시한 주인공은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식당 주인이 구글 번역기를 돌리다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풀이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 지상파 방송측이 우리 고유의 음식에서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엉터리 영어 메뉴 표기를 찾았습니다. 맨 위 이미지입니다. [MBC 보도 화면 캡처]
특히 지상파 TV의 취재에서 또 다른 식당 메뉴 하나도 흥미를 끌었는데요. 외국인을 비롯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서울의 한 다중시설 식당 차림표에서 ‘동태찌개’를 ‘Dynamic Stew’라고 번역한 것이 꼽혔습니다. 아래 이미지 입니다.
이에 대해선 ‘얼린 명태’ (明太)를 뜻하는 동태(凍太)를 동음이의어인 ‘동태’ (動態=움직이거나 변하는 모습)으로 (구글 번역기)의 착각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하는 추정이 따랐습니다.
또 “쇠고기나 소의 뼈, 곱창·양 (?) 등의 국거리를 푹 고아서(곰의 어원) 끓인 국”이란 뜻의 ’곰탕 (비슷한 말= 곰국)을 곰 (熊)으로 오역한 ’Bear thang (베어탕)’도 사람들의 조롱을 샀습니다. 칼국수를 ‘Knife-cut Noodle’으로 쓴 식당이 있었다는 얘기였고요.
당시 한식의 세계화 바람을 타고 정부의 한 부처가 막걸리를 ‘drunken rice (술 취한 쌀)’라 부르자고 제안한 실정이라고 하니 일반 음식점들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식당을 찾은 외국인들이 이 같은 '엉터리 한식 메뉴판' 때문에 음식을 먹어 보고도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 할 뿐 만 아니라 다음에 같은 음식을 먹고 싶어도 찾지 못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이와 관련해 200가지에 이르는 주요 한식 명칭에 대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번역 표준안을 확정해 최근 공개했습니다. 공개한 표준안은 번역 전문가와 원어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국민 의견 수렴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한식명 번역 표준안은 상차림, 밥, 죽, 면, 국·탕, 찌게, 전골, 찜, 조림, 볶음, 구이, 전·튀김, 회, 김치, 장·짱아치, 젓갈, 반찬, 떡, 한과, 음청류 등 20개 대분류로 외국인이 한국에서 접하기 쉬운 음식을 번역한 것이 특징입니다.
관련해 당시 엉터리 영어 표기로 지적된 메뉴들을 찾아 보았습니다. ‘Six times’로 번역돼 여러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한 육회는 로마자 표기의 경우 ‘Yukhoe’로, 영어번역으론 ‘Beef Tartare’를 사용키로 했습니다.
따라서 육회를 응용한 음식인 육회비빔밥의 경우 로마자 표기는 ‘Yukhoe-bibimbap’으로, 영어 번역은 Beef Tartare Bibimbap으로 설정됐습니다.
곰탕의 로마자 표기는 ‘Gomtang’이며 영어로 번역할 경우 ‘Beef Bone Soup’라고 쓰도록 했습니다. 칼국수는 ‘Kal-guksu’ (로마자 표기)와 ‘Noodle Soup’ (영어 번역)으로 메뉴판에 적도록 국립국어원을 권했습니다.
동태찌개의 경우 메뉴판에다 로마자 표기는 ‘Dongtae-jjigae’로 영어 번역어론 ‘Pollack Stew’를 사용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듯 싶습니다.
국립국어원은 ‘한정식’에 대해 로마자 표기로 ‘Han-jeonsik’을, 영어번역으로 ‘Korean Table d’hote’를 확정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