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력증강 로봇' 착용하면 60kg 환자도 가뿐

입력 2014-05-13 21:13
수정 2014-05-14 03:48
특파원 리포트

日, 연내 상용화 박차…가격 30만~80만엔대
고령화시대 맞아 수요 늘 듯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 도쿄=서정환 기자 ] 일본 도쿄 가나마치에 있는 도쿄이과대학. 일본의 ‘착용식 근력증강 로봇’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곳이다. 고바야시 히로시 기계공학과 교수는 일본 최초로 이 로봇을 개발했다. 지게처럼 생긴 로봇 장비를 몸에 걸치면 무거운 물건도 힘들이지 않고 들 수 있다. 물류 종사자를 위한 것 같지만 실은 노인 등을 돌보는 간병인을 위해 만들었다.

13일 연구실에서 도쿄 외신기자단을 맞은 고바야시 교수는 “이 로봇장비를 걸치면 압축 공기를 동력으로, 최대 30㎏의 무게를 더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병인이 착용하면 몸무게 60kg인 환자도 거뜬히 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제품 무게는 4.5㎏. 조작도 간단하다. 직접 착용해 본 한 영국기자는 20㎏ 무게의 상자를 들어보고는 “힘이 하나도 안 든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도쿄이과대학 벤처기업인 이노휘스는 금형업체인 기쿠치제작소와 공동으로 이 로봇장비의 상용화에 들어갔다. 30만~80만엔대 가격으로 연내 1000대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재택 요양 현장에는 100대가 시험적으로 쓰여지고 있다. ‘로봇 강국’ 일본은 간호 로봇으로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간호 로봇이란 노약자의 용변이나 식사, 보행, 옮겨타기 등을 도와주는 일체의 기계를 말한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은 지난 3월 말 기준 3094만명으로, 사상 처음 3000만명을 돌파했다. 이 중 도움을 필요로 하는 65세 이상 간병 환자 수는 546만명에 달한다. 특히 34만4000명은 스스로 식사나 용변처리가 힘들어 간병 서비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노인이다. 이들을 위한 일본 내 간병시설은 작년 말 기준 약 1만2000곳, 이 분야 종사자는 150만명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2025년에는 간병분야 종사자가 250만명가량 필요할 것으로 일본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 자체가 힘들고 보수도 낮아 간병 인력은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간호 로봇이 적극 도입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본 내 간호 로봇 산업은 빠른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근력증강 로봇은 이미 상용화가 진행되는 부분이고, 길게는 ‘로봇 간호사’까지 염두에 두고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야노경제연구소는 간호 로봇시장 규모가 올해 7억800만엔에서 2020년께에는 349억엔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고바야시 교수는 “가격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향후 간호 로봇 성장에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