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소프트웨어 교육 서두르자
업계 "정부 목표, IT 환경 무시"
고만고만한 엔지니어만 쏟아져
[ 임근호 기자 ] 지난해 10월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앞으로 5년간 소프트웨어(SW) 인력 22만 대군을 양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도 작년 자체적으로 5년간 1700억원을 투입해 SW 인력 5만명을 길러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선 SW 개발자들은 기대보다 우려를 표하고 있다. 억지로 개발자 수를 늘리는 것보단 우수 인재가 스스로 찾아올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더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개발자 커뮤니티 중 한 곳인 ‘OKJSP’는 미래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에서 “한국은 SW 개발자 수가 부족하지 않다”며 “정말로 부족한 건 절대적인 개발자 수가 아니라 국제적인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핵심 개발 인력”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개발자는 지금도 정부가 지원하는 수많은 SW 교육기관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SW 인력의 미스매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연구원 측은 “고용노동부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2년 하반기에 종업원 5인 이상 사업체에 종사하는 정보기술(IT) 인력은 약 29만6000명”이라며 “2010년과 2011년 등락을 거듭하다 29만명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IT업체들의 SW 개발자 미충원율은 28.9%로 다른 직종 대비 여전히 높았다.
이민석 NHN 넥스트 학장은 “현장에서는 쓸 만한 개발자가 없다고 아우성”이라며 “하지만 기업들도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수 인재가 SW 개발을 기피하게 된 것은 개발자를 부품으로만 취급해온 한국 IT업계의 책임도 크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인 가운데서도 세계 정상급 개발자가 많이 있지만 미국 실리콘밸리로 대부분 빠져나갔다”며 “실력이 좋아도 유명 대학 출신이 아니면 취직조차 힘든 문화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IT기업의 폐쇄적이고 경직된 문화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 SW 개발은 고도로 창의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무조건 오랫동안 일한다고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건 아니다.
KAIST 전산학과 박사 출신으로 올라웍스를 창업해 2012년 인텔에 매각한 류중희 인텔코리아 상무는 “여기에 와서 놀랐던 건 ‘너의 시간 일부를 회사를 위해 써주는 것에 감사한다’는 자세였다”며 “근무 시간이 끝나고 나면 회사의 이해관계와 겹치지 않는 한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하든, 창업 준비를 하든 완전히 자유를 보장해준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