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체 3년 생존율 47%.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아무나 성공하기는 어려운 창업 시장. 사업체 중 절반이 3년을 못 채우고 문을 닫는다. 요식업에서 벗어나 1%의 독특한 아이템으로 생존율 100%의 전략을 세운 사업체들도 있다. 이색 아이디어로 창업시장을 헤쳐 나가고 있는 프랜차이즈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맨손의 마법사 '맥가이버'. 1990년대 TV 속을 주름잡던 맥가이버가 현실로 돌아왔다. '출동 맥가이버'는 일상 생활에서 못을 박고 방충망을 설치하는 것부터 리모델링이나 도배·장판·페인트·수도·전기·도어록 등까지 종합 서비스업체다.
고찬호 출동 맥가이버 대표(사진)는 "출동 맥가이버는 기술형 창업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며 "수리·유지·보수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필요한 서비스를 투명하게 일괄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인테리어·설비업체들은 대부분 동네에서 소규모 운영하다 보니 가격도 다 다르고 서비스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며 "규격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맥가이버 사업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2010년 문을 연 출동 맥가이버는 일반 가맹사업체와 달리 점포가 필요 없다. 장비를 실을 승합차 같은 이동수단만 있으면 된다.
고 대표는 "맥가이버는 일반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와 다르다" 며 "일종의 동종업계 커뮤니티 형태로 회원(맥가이버)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에 따라 일을 분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맥가이버들은 맡은 규모에 따라서 '따로 또 같이' 일을 진행한다. 규모가 작고 간단한 일은 개별 맥가이버들이 각자 처리한고, 지원이 필요할 경우 본사에서 사무 업무와 고가의 장비, 추가 인력 등을 공급받는 형태다.
고 대표는 "기본적으로 숙련된 기술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일이지만 초보자라도 교육을 받고 부족한 부분은 본사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며 "맥가이버는 특별한 기술이 없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맥가이버 자격은 하루 9시간씩 1개월 가량 본사 교육을 수료하면 부여한다. 현장 실습까지 마치면 이후 한 지역씩을 담당하게 된다. 1년 정도 지나면 초보자도 숙련자로 거듭나게 된다는 설명이다.
지난 6일부터 1개월 교육을 받기 시작한 예비 맥가이버 6명을 포함해 현재 맥가이버는 총 35명. 연령대는 30대부터 67세까지 고르게 퍼져있다. 고 대표 자신도 서울 성동구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출동 맥가이버만의 장점에 대해 고 대표는 '안정성'과 '전문성'을 꼽았다.
그는 "현재 맥가이버로 활동 중인 회원들의 평균 수입은 월 300만 원 수준이고, 가장 수입이 많은 분은 월 평균 1200만 원 정도" 라며 "무엇보다 크고 작은 일이 꾸준해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박' 사업 아이템처럼 한번에 수천만원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일을 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일보다 적합하다는 게 고 대표의 설명이다.
영유아 시설에 대한 '노하우'도 고 대표가 빠트리지 않고 꼽는 장점이다. 맥가이버의 전체 사업영역에서 일반 유지·보수 외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영유아 시설 관련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고 대표는 "어린이집만 봐도 시설 규정이 80가지나 돼 관련 부처에서 전기·소방·위생 등 6~7개의 검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 며 "영유아 시설은 기준과 규정이 까다로워서 진입 장벽도 높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충분한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있지 않은 경쟁 업체들은 진출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
그는 "영유아 시설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해마다 꾸준하게 유지·보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며 "올해만 해도 어린이집 규정이 3개 바뀌어 의무 교체 수요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초보자라도 누구나 정식 유니폼을 입은 맥가이버가 될 수 있지만 그전에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도 있다. 고 대표는 '기술형 서비스업'이란 마음가짐을 맥가이버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들었다.
그는 "간혹 작은 일은 액수가 적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회원(맥가이버 가맹점주)들이 있다" 며 "사소한 일일수록 소비자 입장에선 오히려 급하고 심각한 경우가 많아 신뢰를 쌓는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규모가 크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은 대부분 급하게 연락하는 경우가 없는 반면 하수구가 막히고 방에 불이 안 들어오는 등 사소한 일일수록 소비자에게 중요하고 긴급한 일이라는 게 고 대표의 지론이다. 때문에 30분 당 3만 원 하는 출장비만 받더라도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출동해서 처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고 대표는 "커피나 치킨 프랜차이즈 같이 남들 다 하는 아이템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자리잡기는 '하늘에 별 따는 일'만큼 어려워졌다" 며 "고된 일에 대한 편견이나 두려움만 떨쳐낼 수 있다면 기술형 창업은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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