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기관장 장기 공석, 금융위는 손 떼라

입력 2014-05-12 20:30
금융기관장이 장기간 공석인 곳이 한둘이 아니다. 손보협회장은 작년 8월 전임 회장이 물러난 뒤 9개월째 비어 있고, 주택금융공사도 넉 달째 사장이 없는 상태다. 코스콤은 공석 5개월 만인 지난달 말 간신히 사장이 임명됐지만, 변종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을 빚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상임위원, 증선위원, 금융정보분석원장 등 1급 세 자리가 2~6개월씩 공석이다. 오랫동안 비워놓고도 굴러가는 것이 신기하다.

공무원 인사는 선배들이 나갈 자리가 생겨야 부처 인사도 가능해지는 속성이 있다. 그렇게 관피아가 형성돼 왔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인해 관피아 척결론이 부각되면서 각 부처 인사가 전면중단된 게 사실이다. 금융협회, 유관기관 등의 고위 관료 내정설도 모두 백지화됐고, 관련협회 임원 인사까지 덩달아 미뤄지는 판국이다. 그렇더라도 금융기관장 자리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장기간 비워두는 것은 정상적일 수 없다. 인사에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는 자리까지 금융위원회가 틀어쥐고 앉아 시간만 허비한 결과다. 금융위가 진작 손을 뗐다면 업계가 선거로 선출하거나 추대를 했어도 몇 번은 했을 것이다.

금융기관장 인사 지체에 대해 관료들은 청와대 쪽으로 눈을 흘긴다. 인사안이 올라가기만 하면 함흥차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만 탓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올 들어 주요 금융기관장 인사에서 확인됐듯이, 모피아 독식에 청와대가 제동을 거는데도 줄곧 모피아 일색의 인사안을 올리니 관료들이 저항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물론 정치권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투하하는 청와대도 오십보백보다.

문제는 금융기관장 공석사태가 당분간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법에 정한 임기가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꼬일 대로 꼬인 금융기관장 인선에 관피아 배제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현실에선 그리 간단히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관피아가 빠진 자리를 민간 자율로 채워넣기에는 관치의 뿌리가 너무도 깊다. 규제 혁파, 관치 해소, 관피아 척결은 이름만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