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안여객선 준공영제는 답이 아니다

입력 2014-05-12 20:30
수정 2014-05-13 03:52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연안여객선 사업을 준공영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도저히 수지를 맞추기 힘든 연안 노선을 민간에 맡기니 불법과 탈법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준공영제를 도입해 이런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적자 부분을 세금으로 메우면 무리한 과적과 같은 위험요인도 줄고 비인기 노선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선 서울시가 시행 중인 버스 준공영제 사례부터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4년 시작돼 10년을 맞은 서울 버스 준공영제는 교통 소외지역 해소, 사고 및 난폭운전 감소 등 서비스개선, 요금 인상 억제, 버스기사 처우 개선 등 긍정적 측면도 많다. 특히 버스전용차로제, 환승할인 등의 제도와 어우러지며 대중교통 수준을 끌어올린 것도 사실이다.

반면 부작용도 적지 않다. 버스 준공영제는 노선 조정권은 지자체가 갖고 운영은 민간업체가 맡으며 수익금은 공동 관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전체 노선 중 85%가 적자이다 보니 매년 발생하는 적자만도 3000억원 안팎에 달한다. 이 중 이월액을 빼고 서울시가 메워주는 돈만도 매년 2500억원가량 된다. 이렇게 쏟아부은 돈은 10년간 2조원을 넘는다. 운송원가를 낮추거나 효율화를 위해 감차나 노선 폐지가 필요하지만 서울시가 이를 업체에 강요할 수도 없다. 경쟁이 없으니 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간다.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하는 원초적 질문도 있다. 이용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특정 노선의 비용을 부담할 까닭도 없다. 도시내 버스는 그나마 도로교통 원활 등 외부효과라도 있다고 하겠지만 광역 교통망이나 연안 여객 사업의 외부효과는 측정조차 어렵다. 경기도 버스 공영제에는 무려 연간 2조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지 않은가.

결국 시장원리에 따라 수익자가 합당한 대가를 내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안전한 출퇴근을 원한다면 그 대가를 기꺼이 지불해야 한다. 자칫 모든 SOC를 국영화할 때까지 공영제가 부패해 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공짜와 헐값, 그리고 보조금이 지원되는 곳에서는 결코 안전이 보장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