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LF쏘나타·제네시스 달라진 승차감 비결, 뭔가 봤더니…

입력 2014-05-12 09:11
대원강업, 잔진동 줄인 스프링으로 신차 승차감 '업그레이드'
신소재 개발·신공자 설립 통해 글로벌기업 도약 목표



[ 최유리 기자 ] 벌겋게 달궈진 강철봉이 회전체에 닿자 금새 라면 가닥처럼 또르르 감겼다. 견고한 철이 유연한 스프링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단단한 내구성과 부드러운 탄력성이 만나는 곳, 자동차 부품업체 대원강업의 천안 공장을 지난 8일 찾았다.

대원강업의 주력 생산품인 스프링은 자동차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이다. 차량 1대에 들어가는 스프링 갯수만 100여 개에 이른다. 이 중 서스펜션(현가장치)에 쓰이는 코일스프링은 노면의 충격을 흡수해 안전과 승차감을 책임진다. 엔진과 변속기에 들어가는 정밀 스프링의 경우 파워트레인이 최적의 성능을 내도록 해준다.

현대차의 대표 세단인 쏘나타(LF)와 제네시스에 들어가는 스프링도 대원강업의 작품이다. 고응력 소재와 상하단 지름이 다른 코일스프링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잔진동을 최대한 줄여 승차감을 높이면서도 탄탄한 주행 성능을 구현했다.

김학태 대원강업 천안공장장은 "신차가 나올 때마다 최적화된 60~70여 개의 스프링을 새로 만든다" 며 "이를 위해 차량 콘셉트 단계부터 현대차 연구소와 공동으로 부품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의 성능뿐 아니라 안전에 관여하는만큼 스프링은 엄격한 테스트 과정을 거친다. 공장 내 생산 라인마다 각종 시험 장비가 쉽게 눈에 뜨는 이유다. 7~8가지 공정 사이사이 거치는 테스트만 수 백 가지라고 김 공장장은 강조했다.

내구성을 시험하는 피도로 테스트 장비 역시 생산 라인만큼 가열차게 돌아가고 있다. 스프링에 최소 하중과 최대 하중을 가하며 돌아가는 테스트기에 기록된 회전 수는 이미 23만 번. 그럼에도 지칠 줄 모르는 테스트기는 목표 회전수인 60만 번을 향해 달리고 있다.


다른 한 쪽에선 샘플링한 스프링을 현미경으로 살피는 작업이 진행됐다. 열처리된 제품이 탄화될 경우 충격에 약해져 표면을 꼼꼼히 체크한다. 다양한 시험 과정을 거친 최종 생산품의 불량률은 1% 미만에 그친다.

대원강업은 품질력을 바탕으로 현대자동차그룹과 단단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1조 원이 넘는 매출의 48%를 현대차가 차지할 정도다.

국내에서 닦은 입지를 바탕으로 대원강업은 해외 완성차 업체로 거래처를 다변화했다. 크라이슬러, 폭스바겐, GM 등에 부품을 공급 중이다. 해외 현지 생산공장도 갖췄다. 1997년 폴란드에 이어 2005년 중국, 2006년 미국과 인도, 2008년 러시아까지 법인을 설립해 세계 5위권의 자동차 스프링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성열각 대원강업 사장은 "차량 30만 대 분의 부품 공급처가 확보되지 못하면 해외 진출이 어렵다" 며 "국내에서 현대차 부품을 생산하다 보니 세계 유수의 완성차 업체의 신뢰도 얻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대원강업은 앞으로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스프링처럼 도약할 계획이다. 천안공장 부지 한 쪽에선 신공장을 짓기 위한 터닦이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생산량 확대와 함께 신소재 개발에도 힘쓸 계획이다.

서재섭 대원강업 홍보부장은 "자동차 연비 이슈에 따라 부품의 경량화가 최대 과제" 라며 "가운데가 빈 파이프 형태의 스프링이나 고응력 재료를 쓰기 위해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천안=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