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이상이 분리독립 찬성할 듯
푸틴에 "긴장 완화 나서라" 촉구
[ 김순신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11일 시작됐다. 이 투표는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세력이 주도하는 것으로 러시아로의 편입을 위한 사전 포석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 독일 등 서방국가들이 이번 투표에 반대하는 이유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2개 주에선 이날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2시)부터 투표에 돌입했다. 투표는 오후 10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정부군과 분리주의 세력 간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도네츠크주 북쪽 도시 슬라뱐스크에선 오후 6시 투표가 종료된다.
도네츠크주의 분리주의 세력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로만 랴긴은 “모든 것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아무런 비상 상황도 없다”고 밝혔다. 현지 선관위에 따르면 도네츠크주에선 1500여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된다. 유권자는 약 320만명으로 알려졌다. 유권자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독립 선언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하게 된다. 이웃 루간스크주 분리주의 세력도 1600여개 투표소에서 예정대로 투표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루간스크주의 유권자는 약 170만명이라고 분리주의 세력은 전했다.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분리주의 세력은 80% 이상의 주민이 분리·독립에 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2의 크림사태’를 우려한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 국가들은 일제히 주민투표를 비난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주민투표가 대다수 주민의 일상과 사회제도 및 경제를 완벽히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10일 공동성명을 내고 “분리세력의 주민투표는 불법적인 것”이라며 “그들이 25일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 성실하게 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긴장을 완화할 가시적인 조치도 요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러시아 대통령이 예정된 대선이 진행될 수 있도록 긴장 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