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레스토랑 '랩 24', 눈도 즐겁다…맛있는 퍼포먼스

입력 2014-05-10 18:05
Luxury & Taste

셰프가 직접 테이블서 요리 완성

'스타 셰프' 에드워드 권 운영…석달마다 모든 메뉴 바꿔
프랑스 3대 진미 '송로버섯 수프'…저온 조리 스테이크·50cm 디저트


[ 이현동 기자 ]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 인근의 고급 레스토랑 ‘랩 24’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의 수석 주방장 출신인 에드워드 권이 운영하는 곳이다.

랩 24는 ‘하루 24시간 요리를 연구하는 곳’이란 의미다. 에드워드 권을 포함한 9명의 셰프는 프렌치 요리를 바탕으로 실험하듯 다양한 시도를 한다. 이를 통해 3개월에 한 번씩 모든 메뉴를 바꾸고 있다. 2011년 개업 이후 이렇게 메뉴를 새로 단장한 게 벌써 11번째다. 국내에서 새로운 ‘가스트로노미’(먹는 행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미식 문화)를 선도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안락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테이블은 모두 6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테이블 간격은 넉넉한 편이다. 조명, 벽에 걸린 사진, 각종 조형물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유럽의 한 가정집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이다. 이곳에서는 각국 대사관, 대기업의 VIP 행사 등 소규모 모임도 자주 열린다.

메뉴판을 열자 고객을 위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애피타이저, 샐러드는 양을 3분의 2 정도로 줄인 ‘테이스트 사이즈’로도 주문할 수 있다. 가격도 양에 맞춰 3분의 2로 낮췄다.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고자 하는 고객을 위한 것이다. 코스 메뉴는 제철 식재료로 만든 각종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1만원만 더하면 꽃등심 또는 한우 안심 스테이크도 추가할 수 있다. 그동안 인기를 끌어온 메뉴를 모은 ‘시그니처 코스’도 만들었다. 예전에 먹었던 음식을 다시 찾는 고객들 때문이다.

주문 뒤에도 배려는 이어진다. 요리가 나오기 전에는 먼저 간략한 설명을 적은 ‘메뉴 카드’를 건넨다. 자신이 먹을 음식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고 먹자는 것이다. 천천히 설명을 읽으며 기다리니 음식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커졌다. 식사 후에 갖고 가는 것을 권장하므로 그날 맛본 음식에 대한 정보를 간직할 수 있다.

셰프들은 소스를 뿌리고 치즈를 갈아 넣는 등 요리 마무리 작업은 테이블을 돌며 고객 앞에서 직접 한다. “섞어 먹지 말고 재료를 각각 소스에 찍어 먹으면 더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며 요리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요리에 대한 각종 질문도 던질 수 있는 기회다.


매일 아침 파티시에가 직접 굽는 식전 빵은 쫄깃했다. 무화과 에피, 부추 바게트, 시금치 포카치아 등 세 종류가 나오는데, 각 재료의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빵이 식는 것을 막기 위해 데운 그릇에 내놓는다.

가장 권하고 싶은 메뉴 중 하나는 송로버섯 수프다. ‘프랑스 3대 진미’로 꼽히는 송로버섯을 잘게 갈아 만든 수프에 리코타 치즈 에스푸마, 바싹 말린 팽이버섯을 올려 내놓는다. 한 숟갈 떠넣자 살짝 흙내음이 나며, 고소하고 깊은 맛이 혀끝에 맴돈다. 크림 대신 우유를 졸여 느끼함을 줄였다. 팽이버섯의 바삭한 식감도 씹는 재미를 준다. 관자 구이도 이곳에서 자신있게 내놓는 요리다. 파마산 치즈가 들어간 걸쭉한 폴렌타에 팬에 구운 관자를 올린다. 한입 베어 물자 바닷가재를 갈아 된장을 섞은 비스크 소스가 구수한 풍미를 더한다. 진공 상태에서 저온 조리하는 수비드방식으로 만든 한우 안심 스테이크도 많이 찾는 요리다. 육질이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테이블 사이드 디저트는 랩 24의 비장의 무기다. 지름 50㎝ 대형 원형 접시가 테이블 위에 놓인다. 그러면 셰프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직접 디저트를 만들기 시작한다. 초코 퓨레, 시럽으로 접시에 밑그림을 그리고 스트로베리 볼, 셔벗, 젤리 등으로 장식한다. 영하 196도에 이르는 액화 질소로 사과 무스를 급속 냉각해 만든 아이스크림을 올리면 마무리. 마치 한 편의 마술쇼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한층 더 근사한 분위기를 위해 와인을 곁들여 보자. 입구 옆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수십 종의 와인을 보관하는 대형 와인 셀러가 있다. 소믈리에 출신 매니저가 주문한 요리와 마리아주를 이루는 와인을 추천해 준다.

글=이현동/사진=강은구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