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INE, 다시 찾은 '화려한 시절'

입력 2014-05-10 18:05
Luxury & Style

피비 파일로, 英 스타 디자이너…셀린느 부활 이끌어

파리지앵 감성에 실용주의 입힌
'별그대'의 '천송이 코트·백' 완판
단화 스타일 슬립온도 유행 주도


[ 김선주 기자 ]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전지현 분)가 등교할 때 입었던 타탄체크 오버사이즈 코트. 같은 장면에서 천송이가 들었던 베이지색 트라페즈백. 모두 방송 직후 ‘완판’된 셀린느 제품이다. 셀린느 제품들은 드라마 종영 두 달여가 지난 지금도 국내는 물론 중국 등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66년 역사의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는 최근 스테디셀러인 러기지 블랙백, 클래식백, 올봄 첫선을 보인 타이백까지 매진되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구 명품이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매출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셀린느는 원래 아동화로 시작한 브랜드다. 1948년 셀린느 비피아나가 남편 리차드와 함께 프랑스 파리 말트가에 차린 아동용 신발 매장이 시초다. 1959년에는 여성화 시장에 진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신발 앞코에 말 재갈 문양을 장식한 낮은 굽의 여성화 ‘잉카 로퍼’는 출시 직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자신감을 얻은 이들은 1966년 플로랑스에 첫번째 핸드백 공장을 설립하고 포니백을 출시한다. 이듬해에는 쿠튀르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고 기성복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명품 업체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에 인수된 것은 1994년.

미국 디자이너인 마이클 코어스를 영입한 것은 1997년이다. 코어스는 셀린느 특유의 파리지앵 감성에 미국식 실용주의를 접목했지만 2004년 물러날 때까지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 침체기를 겪던 셀린느를 재건한 것은 2008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영입된 피비 파일로였다.

파리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인인 파일로는 섬세하면서도 세련된 프랑스 특유의 감성에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도입해 셀린느를 일명 ‘쿨 미니멀리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시킨 일등 공신이다. 영국 런던의 센트럴세인트마틴학교를 졸업한 그는 영국이 낳은 또 다른 스타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가 이끌던 명품 브랜드 ‘클로에’에서 수석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파일로는 매카트니의 뒤를 이어 2001년 클로에 CD가 됐다. 매카트니 때의 클로에보다 디자인 면에서나 매출 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을 받았다. 클로에의 성공 신화를 쓰던 파일로는 육아 문제로 2006년 패션계를 잠시 떠났다가 2년여 뒤 셀린느 CD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파일로는 현재 세 아이를 둔 워킹맘이지만 모델을 압도하는 용모와 분위기로도 유명하다.

2005년 2010년 영국패션협회가 주는 ‘올해의 영국 디자이너상’을 수상했다. 올초에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새라 버튼, 스텔라 매카트니에 이어 영국 왕실의 훈장인 OBE를 받아 화제가 됐다. 지난달에는 타임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파일로의 셀린느는 프랑스의 귀족주의적인 감성에 현대 여성들이 추구하는 실용적인 디자인을 절묘하게 접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훌륭한 소재+섬세한 재단’이란 명품의 필수 조건도 갖췄다. 거추장스러운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우아하게 딱 떨어지는 선이 특징이다.

이 같은 셀린느의 정체성을 구현한 대표 제품이 바로 트라페즈백이다. 날개가 달린 듯한 독특한 실루엣의 이 백은 날개를 안으로 접어 넣어 사각형 백으로도 연출할 수 있다. 어깨 끈이 달려 있어 숄더백으로도 활용 가능하며 끈을 떼어내면 토트백으로도 쓸 수 있는 멀티 아이템이다. 최상급 송아지 가죽과 스웨이드 소재를 섞어 만들었다. 매 시즌 다른 색상을 조합해 출시된다. 트라페즈란 프랑스어로 ‘사다리꼴’이란 뜻이다. 국내 판매 가격은 325만원.

셀린느를 상징하는 또 다른 제품은 슬립온이다. 몇 해 전부터 나온 아이템이지만 셀린느가 2013년 가을·겨울 컬렉션 때 무대에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슬립온은 발을 그대로 밀어 넣어 가볍게 신을 수 있는 신발이란 뜻으로 일명 ‘스포티 럭셔리’의 대명사로 꼽힌다. 현재 셀린느의 공식 수입업체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