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
12,13일 클린에너지 장관회의
'에너지자립섬' 아이디어 집결
[ 김재후 기자 ] “울릉도는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태양광을 주발전원으로 삼고 풍력을 부발전원으로 삼아야 합니다.” “힘들여 생산한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전지시설도 필요합니다. 주민이 출자하고 정부도 보조금을 주는 발전회사를 세울 필요도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대학(원)생들이 울릉도를 에너지자립섬으로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오는 12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클린에너지 장관회의(CEM·Clean Energy Ministrial)에서다. 올해는 클린에너지 분야의 청년 인재 육성을 위해 모의 CEM을 함께 개최한다.
울릉도 매년 경유값 185억원 지출
이 행사엔 한국(고려대)을 비롯해 미국(MIT) 영국(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일본(도쿄대) 노르웨이(노르웨이과학기술대) 중국(칭화대) 캐나다(오타와대) 등 19개 팀이 참가한다. 이 가운데 멕시코(서울대) 스페인(한국외국어대) 프랑스팀(KAIST)은 한국 대학에 재학 중인 유학생들로 꾸려졌다.
이들의 논의 주제는 울릉도의 에너지자립섬 방안.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67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울릉도는 에너지 자립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발전기를 돌리고 있지만 외부에서 경유 등의 원료를 들여와야 한다. 울릉도엔 8기의 디젤발전기가 최대 18.5㎿, 2기의 수력발전기가 0.7㎿, 1기의 풍력발전기가 0.6㎿ 등을 각각 생산할 수 있다.
울릉도가 매년 경유값으로 쓰는 돈만 185억원 안팎. 여기에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연간 5만9387t에 이른다. 2000㏄ 승용차(가솔린)로 서울~부산(약 800㎞)을 41만5709번 왕복해야 나오는 양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게 이번 모의 CEM의 주제다.
미국 MIT팀과 영국의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팀, 아랍에미리트(UAE)의 마스다르과학기술대팀 등 대다수 참가팀은 태양광을 주발전원으로, 풍력을 부발전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실제 울릉도의 에너지원별 부존 잠재량은 태양광과 태양열 등 태양에너지가 전체 에너지원의 88.2%에 달한다. 다른 에너지원인 △지열(5.3%) △풍력(4.2%) △바이오매스(2.1%) 등에 비해 압도적이다. 울릉도의 태양에너지 부존 잠재량은 802만3456TOE(Ton of Oil Equivalent·석유의 발열량으로 환산한 석유환산톤)에 달한다. 농업폐기물과 생활폐기물 등을 활용해 바이오가스로 전기를 만들자는 주장(멕시코 인도네시아 핀란드)도 제기된다.
태양광·풍력·바이오가스를 전기로
섬이라는 점을 고려해 이렇게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야 한다는 제안도 쏟아질 전망이다. 인도네시아팀은 연료전지 설비 시설 구축을 제안하고 일본팀은 전기차와 PIH(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을 이용해 이 배터리에 전력을 저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준동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서울에서 하는 첫 회의로 울릉도를 주제로 삼았는데 각국 대학생들이 준비를 철저히 해온 것 같다”고 평했다.
대학생들은 또 필요한 재원으로 중앙정부 보조금과 개발은행의 저리 융자를 제시하거나 지역주민들이 에너지프로젝트에 출연해 주주로 참여하는 방식(노르웨이과학기술대팀)을 제안한다. 실제 오스트리아의 에너지자립마을인 무레크 마을은 정부 보조금 30%와 주민들의 투자를 합해 바이오디젤전력회사를 설립했다. 이 마을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바이오디젤 주유소가 세워진 곳이다. 대학생들의 토론 결과는 공동선언문으로 채택돼 CEM에 참석한 각국의 장관 앞에서 발표된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