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총재도 내수위축 경계
[ 김유미 / 마지혜 기자 ]
“세월호 사고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2분기 내내 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세월호 참사의 경기 영향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과거 참사들과 달리 소비위축 영향이 한두 달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등 해외 변수가 잠잠해진 반면 국내 위험이 커져 내수 회복세를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은의) 성장과 물가 전망은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 위축이 어느 정도,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에서 세월호 참사에 따른 경제적 여파를 면밀히 점검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백화점 판매 규모와 여행 등 소비지표가 사고 이후 실제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4.0%로 끌어올렸다. 수출 호조에 힘입은 부분이 컸다. 소비심리가 살아날 조짐을 보인 데다 설비투자도 정부의 규제 완화 속에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며 “경기가 추세치를 따라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라는 견해다. 이 총재는 “과거 비슷한 참사가 있었을 때는 소비위축 영향이 한두 달 안에 그치는 경우도 있었다”며 “하지만 세월호 사고는 2분기 내내 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취약업종 지원대책 등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내수가 과도하게 위축되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조금만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금통위는 12개월째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현재 금리 수준은 경기 회복세를 어느 정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내수 활성화를 위한 금리 인하론을 반박했다. 올해 한은의 전망대로 4% 성장한다면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것인 만큼 “적어도 기준금리 운용 방향은 인상 쪽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안정 목표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