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브랜드 체험관 9일 개관 ··· 車 문화 체험하고 즐기는 공간 만들어
[ 김정훈 기자 ] 9일 오전 서울 강남의 도산사거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브랜드 체험관. 매장건물 외벽에서 현대차 로고는 찾아볼 수 없다. 출입구 옆에 '현대모터스튜디오'라는 작은 영문 간판만 걸려 있다.
매장 직원은 "이 곳은 단순히 차를 파는 대리점이 아닌 고객이 자동차 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며졌다" 며 "현대차 간판을 없앤 것도 기존 전시장과 차별화 한 요소"라고 말했다.
현대차 김충호 사장은 안내서에서 "현대차는 이 곳에서 고객과 함께 기존에 없었던 자동차 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브랜드 체험관은 수입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차 1번지'로 불리는 도산대로에 이날 오픈한 고급 전시장이다. 수입차 대표주자인 BMW 코오롱모터스와 벤츠 한성자동차 전시장이 길 건너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은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현대차 내수 판매는 5% 줄었다.현대차를 타던 고객 상당수가 수입차로 갈아탄 결과다. 현대차가 브랜드 체험관을 완성차 업계 최초로 연 배경이다.
수입차 업계도 현대차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BMW 코오롱모터스 관계자는 "바깥에서 볼 때 실내 전경이 보이지 않아 어떻게 꾸며놨을지 궁금하다" 면서 "현대차가 도산대로에 들어온 것은 독일차와 브랜드 싸움을 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매장은 지상 6층과 지하 1층의 연면적 3102.21㎡(약 940평) 규모다. 닛산의 고급차 인피니티 전시장에서 현대차 매장으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매장 앞에서 만난 인테리어 시공자는 "건물 실내 리모델링 작업만 약 1년 정도 걸렸다"고 귀띔했다. 건축가 서을호 씨가 디자인을 맡았다.
매장 안은 예술 작품 전시공간(1층)을 비롯해 자동차 도서관과 커피솝(2층) 프리미엄 라운지(3층) 아이들 놀이공간(4층) 튜닝 샵(5층) 등 각 층별로 테마형 공간으로 꾸며졌다. 수입 고급차 매장보다 볼거리가 많다.
회색 톤으로 장식된 1층은 자동차 매장이 아닌 미술관 같다. 현대차는 매년 서로 다른 예술품을 장식하는 스튜디오로 운영할 계획이다. 첫 번째로 영국의 미디어 아티스트그룹 UVA(United Visual Artists)가 제작한 조형물 '움직임의 원리(Principles of motion, 2014)'가 관람객을 찾아간다.
현대차는 작품을 안내하는 여성 큐레이터도 배치했다. 큐레이터 허분이 씨는 "아티스트가 현장을 찾아 보고 느낀 감정을 전시 공간에 특화된 작품으로 구현했다" 며 "현대차가 추구하는 '모던 프리미엄'의 키워드를 고객에게 전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2층은 자동차 역사와 브랜드를 담아낸 2500여 권의 책들이 가득했다. 계단을 가운데 두고 맞은 편은 풀바셋 커피숍도 입점했다.
3~5층은 자동차 전시공간으로 채워졌다. 제네시스, 그랜저, 쏘나타, 싼타페 등 주요 모델을 살펴볼 수 있다. 각 층별 3대씩 총 9대의 제네시스 차량이 벽면 공중에 걸려 있는 것도 흥미롭다. '카 로테이터(Car Rotator)' 방법으로 차량을 장식해 평소 보기 힘들었던 언더코팅(방청 작업)된 차량 하부까지 꼼꼼하게 볼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현대차 측은 밝혔다.
좋은 공간을 만들어 놓은 만큼 고객 유치는 필수다. 도산사거리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다. 대부분 차로 이동하는 운전자들이 많아 앞으로 얼마나 방문객이 찾을지가 관건이다.
주환의 매니저는 "맞은 편 수입차 전시장은 하루 평균 40~50여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며 "우리 매장에 더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